기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일종의 단체생활을 경험한다. 그런 맥락에서 레지던시에 머무는 작가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 중 ‘주방’에서 함께 요리하고 먹고 마시며 즐겁거나 심각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리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러한 공간에서 영감 받아 명명된 전시는 레지던시 참여 작가들의 교류와 소통을 바탕으로 제작된 결과물을 선보인다. 평면, 영상, 설치 등 장르를 망라하는 작업은 아카이브 전시 형식으로 준비 단계부터 완성까지 전체 작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홍란은 동양화의 산수화 기법을 활용해 현대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가에게 전통 개념의 산수는 개인의 욕망이 만들어낸 화폭 안의 가상공간이고, 여기에 이상향, 욕망 등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해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고우리 <엄마와 싸운 날> 2015
캔버스에 유채 116.8×273cm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 속의 진실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풀어내는 이지양은‘애도 없는 작은 죽음’이라는 부제가 달린 일련의 시리즈들을 통해 우리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을 붙잡아 들여다보게 한다. 이스탄불 출신의 딜렉 아케이(Dilek Acay)는 타자, 공간, 동물 등 자신 아닌 존재와의 교류를 통해 얻어지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둔 작업을 공개해 약간은 초현실적인 표현으로 우리 내면의 본성을 조망하도록 한다. 이 외에도 고우리, 민성홍, 박한샘, 스튜디오1750, 안성석, 양정욱, 오유경, 오후담, 이준, 정재식, 차지량, 편대식 등 총 15명(팀)이 참여해 비록 그들의 생활까진 깊숙이 들여다볼 순 없지만, 레지던시에 입주하며 ‘주방’이란 공간에서 서로 교감하며 남긴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