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베르나르 프라(Bernard Pras)가 한국을 찾았다. 세종대왕과 한글이라는 주제에 프라 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Sotigui Kouyaté>
프라는 일상의 물건들을 사용해 예상치 못한 착시효과를 통한 공간을 창조해내는 이색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건축이나 회화에서도 종종 활용되는 ‘아나모픽 아트(anamorphic art)’ 기법으로 실내외, 공중 등 존재하는 모든 공간을 캔버스로 변신시키는 그는 역사적 명화나 인물의 모습을 재현해낸다. 의도에 따라 재료를 배열해 특정 위치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완성하는 이 기법으로 고흐(Vincent Van Gogh), 피카소(Pablo Picasso),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명화부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등 유명인들의 얼굴까지 새로운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작품들은 이미 꽤 익숙하다.
프라는 재활용품이나 폐기물 등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오브제들을 작품으로 전환시키는데 한글날을 기념해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남대문 시장에서 구한 한국적 소재들과 못쓰게 된 요리기구, 오토바이 부품 등을 활용해 세종대왕과 한글을 형상화한다.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 설치되는 작품은 한국의유산을 서양인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동서의 많은 왕들이 전쟁을 생각할 때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한 문자를 생각했다는 점이흥미롭다”라고 말하는 프라는 세종대왕을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로 재해석함으로써 그의 세계관과 나아가 한글날의 의미까지 되새겨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