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는 뜻의 ‘공공연하다’는 뜻으로 쓸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의미의 공공(公共)이기도 하다. 또 비어있다는 의미의 공공(空空)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폭넓게 쓰일 수 있는 ‘공공’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디자인을 설명하는 적절한 수식인 셈이다. 디자인은 삶의 빈 공간을 채우고, 마땅한 자리에 놓여 있을 때 비로소 높은 가치를 갖는다. 전시에서는 디자인과 건축, 설치를 망라하며 우리 삶에 있는 ‘공공연한’ 디자인을 주목한다. 전시 구성은 마당, 집, 놀이터로 나뉘어 디자인이 사회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 다각도로 비춘다. 첫 번째 공간은 ‘마당’으로 디자인이 인간 삶의 공간과 가치 속에서 나란히 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마당은 ‘열린 곳’이다. 집 마당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 대중교통 등 사회 속 디자인은 우리 삶의 당연한 부분으로, 대부분은 그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머무른다. 집 마당에서부터 아파트 현관, 지하철 노선도, 주민센터의 접수창구까지 매일 매일의 궤적에 디자인은 필수 요소이며 이런 세세한 요소가 모여 사회적 디자인을 완성한다.
윤정원 <Ethics of Fashion> 복합매체 가변크기
한편 가장 사적이며 개인 감성으로 구성되는 ‘집’은 철저히 개인을 위한 디자인이다. 집에는 의도가 있든 없든, 자신의 취향과 습관이 배어있다. 집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불안하게 하는 것들은 배제하는 과정이 자연스레 축적되며 나만의 디자인이 완성된다. 결국,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것만이 ‘디자인’이 아니라 일상에서 개인이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놀이터’는 사회와 개인 간 교집합의 공간을 보여준다. 전시를 따라가며 디자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마당(사회)에서 집(개인)을 지나 마지막인 이곳, 놀이터(우리)로 연결된다. 사람들은 사회적 공간인 놀이터에서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 디자인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쳤던 3개의 공간을 산책하며 새로운 면면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찾아보자. 전시는 14일에 시작해 5월 21일까지 이어진다.
· 문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031-228-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