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자기를 떠올릴 때 곱게 빚은 달항아리나 고려청자의 완벽한 형태에 머문다면 반쪽짜리 감각일 뿐. 소박한 아름다움의 분청사기를 빼놓으면 안 된다. 기형적 모양과 다양한 기법, 담대한 해학을 담은 분청사기는 화려한 청자, 청초한 백자처럼 뽐내는 태도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볼수록 매력이라는, 이른바 ‘볼매’를 찾는 현대인들에게 두고두고 지켜볼 감각을 선사한다. 그런 분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전시가 열린다. 한국의 미에서 분청사기의 정서를 빼놓지 않기를 바라며 현대식으로 재구성하는 가능성을 선뵈는 전시에는 총 아홉 참여 작가가 거침없는 파격미, 과장과 생략, 왜곡 등 다양하게 변주한 200여 점의 분청 작품이 놓인다. 전시장에 들어서 처음 만나게 되는 ‘분청정경(糞淸情景)_정서를 자아내다’ 파트는 최성재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그는 분청도자에 나뭇가지, 대나무 뿌리 같은 한국적 자연물을 추상적으로 그리거나 자연의 색으로 칠한다.
차규선 <풍경(風景)>
2014 캔버스에 혼합재료 70×170cm
그의 담담하고도 무심한 표현은 감정을 잔잔히 흔들어 놓는다. 두 번째로, ‘물아일체(物我一體)_자연과 하나되다’에서는 도자기의 ‘쓰임’에 집중한 황종례의 공간으로 꾸며진다. 조선 시대 생활자기인 밥그릇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접시, 호 등 도자기 위에 생동하는 자연을 그려 넣어 전통의 멋을 현대적으로 펼친다. 세 번째 ‘화조풍월(花鳥風月)_생동을 불어넣다’는 꽃과 새, 바람과 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수종, 차규선, 양미숙이 그려내는 ‘바람에 흩날리는 풀과 나무’의 테마를 담은 이야기와, ‘은은히 드리우는 달빛’에 영감을 받은 김정옥의 세계가 펼쳐지며, ‘조용히 일렁이는 연못’이 떠오르게 하는 허상욱과 정민호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분청의 모나지 않은 정서를 전달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무심하고 담담한 분청의 매력을 안내해줄 이번 전시에 방문해보자. 전시는 2월 15일부터 시작해 8월 13일까지 이어진다.
· 문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055-34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