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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7, Apr 2017

애나 한: Pawns in Space 0.5

2017.2.16 – 2017.3.18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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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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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사유(私有)하다

 


비어있는 장소이자 물체와 물질이 존재하는 곳이란 뜻의 공간(空間). 그래서 공간은 자체로서 정의되기보다 그곳을 채우는 것과 공간을 사유한 사람으로부터 수동적으로 의미가 부여된다. 사람마다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후에 그곳을 기억하는 방법도 분명 다르다. 그래서 공간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애나 한은 이런 추상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에 자신만의 느낌, 자기가 받은 영감을 풀어내는데 재주가 있다. 그는 그곳에 과거 기억을 반영하기도, 특정 감정을 덧입히기도 하며 공간이 주는 느낌 자체를 표현하기도 한다. 애당초 공간이 무엇이었든 상관없이 애나 한의 손길이 닿은 곳은 그의 심리적인 요소가 더해져 작가만의 특별한 장소가 되고,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대한 본인의 정의를 내릴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어 계속해서 의미가 확장되고 변형된다.

 

<Pawns in Space 0.5> 전에는 애나 한의 회화와 설치가 한꺼번에 선보였다. 그동안 장르를 각각 독립적으로 사용해왔지만, 전시장소를 하나의 거대한 작업 공간으로 보고 캔버스를 그중 가장 작은 단위의 모듈로 사용해 위에 색과 그러데이션을 입힌 것이다. 작품 위에 쏟아지는 빛과 함께 설치된 다른 작품들로부터 발생한 그림자의 영향을 받아 회화는 캔버스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 전체로 의미가 확대된다. 길게 트인 전시공간을 채운 이들은 서로 다른 형태로 각자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그것은나를 달라 아우성이 되어 도무지 어디에 눈길을 둬야 할지 헛갈리게 한다


분명 처음에 그것들은 혼란으로 다가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면 이내 계획적이고 질서 있게 배치됐다는 것을 알아챌 있다. , , , 등의 조형언어와 네온, , 시트지, LED 라이트, 페인트와 같은 다양한 재료들은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다양한 뜻을 내포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작품의 크기와 배치된 높낮이, 평면인 것과 입체적인 , 흘러내리는 것과 고정된 작품은 너무나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되어 전시공간이 마치 작은 우주처럼, 관람하는 사람의 시야를 통해 계속 확장케 한다.

 

팽창하는 공간 속에 사로잡힌 것들(pawns)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이 작품인지,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혹은 공간에서 사람의 물리적 활동인지, 제목만으론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애나 한의 전시 공간에 들어선 순간 추상적인 제목이 매우 구체적으로 공간에 존재하는 작품과 관람객, 그리고 그들의 상호작용 전체를 명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 존재하는 작품과 그것을 보는 함께 장소에 남아 공간을 이루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당신이 여기 있고, 여기 있었다 전시 <You are here & then you were here>처럼 이미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장소는 애나 한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작품과 내가 함께 정의하는 공간이기도 셈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작품을 통해 의도적으로 배치되며, 그것들은 또, 주어진 공간 안에서 교차하는 시선들을 붙잡는 임무를 수행한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작품이 있고, 그들에게서 내가 던진 시선을 고스란히 되받으며 작품과 일종의 교감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요소요소 있어, 전시를 관람하면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사람들이 전시를 보러 오기 이전, 작가는 공간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충분히 사유한 후 작품으로 풀어냈을 테다. 그 후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 대해 관람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개개인의 과거 경험과 기억, 심리 상태 등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그렇게 전시 공간은 그곳을 다녀간 사람의 수만큼 다르게 기억에 남고, 기록될 것이며, 그것은 애나 한의 공간에 대한 경험으로 남아 그를 다시 마주할 때 받을 영감의 기반이 될 것이다.  

 


*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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