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기호화한 점과 선을 모티프로 회화와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를 아우르는 박종규의 개인전이 대구 인당미술관에 마련된다. 전시는 ‘구현, 전형, 화신’을 뜻하는 제목과 부합하는 신작들로 구성된다. ‘물성과 차원’의 문제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예술적 경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콘셉트와 차원이 각양의 관점에서 읽히기를 바라며 이 타이틀을 선택했다. 실제로 ‘임바디먼트(EMBODIMENT)’로 명명된 작품들에서 점과 선으로 표상된 물성은 2차원의 평면, 3차원의 오브제 또는 4차원 공간 속의 가상현실을 넘나들며 변화하는 양상으로 구현된다. 이전 제목에서 해독 불가한 암호화된 기호이거나 4차원의 미궁 속을 헤매듯 모호했던 물성들이 이번 ‘임바디먼트’ 시리즈에서는 구체적 실체로 드러나는 것.
<Embidiment> 전시 전경
‘물성과 차원’에 대한 탐구는 작가가 20대 초반일 때 시작됐다. 벽면에 설치된 철도 레일의 풍경 사진을 실제의 철도 레일과 똑같은 형태의 철제 오브제와 목재, 조약돌을 깔아 연결시킨, 투박하지만 흥미로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평면과 입체로 존재하는 물질과 2차원, 3차원의 순환적 연관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후 쉽게 눈에 띄는 대상을 디지털 연산체계로 픽셀화시키고 일련의 점으로 이뤄진 작품들을 완성하고 또 기계적 프로세스를 반영한 설치로까지 진화했던 박종규의 작업은 이제 4차원까지 이르렀다. 매체를 넘나들며 독특한 개념적 조형 세계를 구축하는 그의 탐구를 발전시키는 요소는 과연 뭘까? 그 답이 궁금하다면, 지금 <EMBODIMENT 2017>전을 찾아보자. 10월 24일 시작된 전시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 문의 인당미술관 053-320-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