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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7, Feb 2018

세계는 아름답다

France

Albert Renger-Patzsch: Les choses
2017.10.17-2018.1.21 파리, 주 드 폼

1929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영화와 사진(Film und foto)'전에 소개되어 유럽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고 당시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 중 하나였던 알베르트 렝거-파츠(Albert Renger-Patzsch)의 전시가 파리의 주 드 폼(Jeu de paume)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유독 독일 사진작가들의 전시를 접하기가 힘들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현대사진을 이끄는 독일 출신의 수많은 작가가 있음에도 말이다. 상대적으로 프랑스 사진계에는 인지도 있는 스타 작가가 장기간 부재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질투일까. 한동안 미국 사진가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전시 흐름 속에서 오랜만에 독일 사진의 대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 임정현 프랑스통신원 ● 사진 Jeu de Paume 제공

'Ritzel und Zahnräder, Lindener Eisen-und Stahlwerke(Pignons et roues dentées, usine Lindener Eisen-und Stahlwerke)' 1927 Albert Renger-Patzsch Archiv / Stiftung Ann und Jürgen Wilde, Pinakothek der Moderne, Munich.ⓒ Albert Renger-Patzsch / Archiv Ann und Jürgen Wilde, Zülpich / ADAGP, Pari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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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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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렝거-파츠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신객관(즉물)주의(New objectivity).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사진을 미술의 한 분야로 끌어놓으려 했던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 이후에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사진을 독립적인 한 예술 분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의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Straight Photography)가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났다면, 유럽에선 독일을 중심으로 부흥한 신객관주의가 있었다. 사진이 담아내는 리얼리티가 예술로서의 사진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렝거-파츠는 1928, 100여 점에 달하는 자신의 사진을 실은 책 『세계는 아름답다(The world is beautiful)』를 출판했다.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정확한 세부묘사 그리고 정밀한 각도로 촬영된 수많은 ‘사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았던 사물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더욱이 흑백사진 속 철저하게 빛에 의해 만들어진 흑과 백, 명암의 조화는 보는 사람들에게 낯섦과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이번 전시는 크게 6개의 테마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 주제인 ‘식물들의 세계(Le Monde des Plantes)’는 말 그대로 각종 식물을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시리즈인데, 하나의 식물도감을 보는듯한 디테일을 볼 수 있다. 순수하게 식물의 조형미를 탐구한 이 사진들은 동시대에 활동했던 미국의 f/64그룹 멤버 중 하나였던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의 유명한 ‘피망’ 사진과 마찬가지로 분명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식물일지언정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Hande(Mains)> 1926-1927 Collection Ann und Jürgen Wilde. 

 Albert Renger-Patzsch /Archiv Ann und Jürgen Wilde, 

Zülpich / ADAGP, Paris 2017

 



또 ‘세계는 아름답다’ 시리즈에 실린 사진들도 만날 수 있는데, 사진의 메커니즘으로만 담아낼 수 있는 클로즈업 방식을 통해 각종 사물의 고유한 형태미를 드러낸다.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선과 면을 통해 볼 수 있는 조형미, 바닥에 깔린 돌의 질서 있는 배열에서 나타나는 형태, 뱀의 눈을 중심으로 클로즈업한 사진이 있다. 그리고 사진의 화면을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어 상단에는 숲의 나무가 하단에는 연못의 물가에 비친 나무들이 반사된 모습을 포착하기도 하였으며 겨울에 눈이 쌓인 숲속의 나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처럼 자연과 사람이 만든 창작물까지 다양한 ‘것’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다.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떤 사진가는 ‘흑백이 가장 아름다운 컬러다’라는 말을 했다. 


어떻게 보면 흑백사진은 쉽지 않은 사진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다양한 색이 사진으로 찍히면 하얀 부분부터 검정 부분까지 흑백의 그러데이션으로 사물들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컬러 사진과는 달리 어떠한 빛의 조건으로 어떻게 노출값을 계산하여 피사체를 촬영할 것인가를 철저하게 고려하는 것이 흑백 작업에선 필수적이다. 그런데 렝거-파츠는 흑백사진으로만 작업을 했다. 그가 『세계는 아름답다』를 출판할 당시에도 컬러 필름이 발명되긴 했지만, 평생을 흑백으로 촬영했다. 어쩌면 그는 흑백사진을 통해 신객관주의가 더 강력하게 표현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남긴 사진들을 보면 그는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물들, 혹은 자연에 관심을 더 많이 가졌음이 분명하다. 렝거-파츠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가 사람들에게 심취해 독일인의 초상을 통해 세계대전 전후 사회상을 보여줬다면, 렝거-파츠는 인간 외의 것들에 흥미를 느꼈다.





<Bügeleisen für Schuhfabrikation, Faguswerk Alfeld

(Fers à repasser pour la fabrication des chaussures, usine Fagus, Alfeld)> 

1928 Albert Renger-Patzsch Archiv / Stiftung Ann und Jürgen Wilde,

 Pinakothek der Moderne, Munich.  Albert Renger-Patzsch / Archiv Ann und Jürgen Wilde, 

Zülpich / ADAGP, Paris 2017 

 




물론 그의 사진에도 드물게 사람이 등장한다. 초창기 작업인 할리겐 섬의 사진들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나 그가 29년부터 머물렀던 루어 지방의 에센시의 도시풍경을 기록할 때 찍힌 것들이 그 예다. 하지만 이 사진들에서도 렝거-파츠의 주안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에센시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지형학 사진을 촬영한 것이다. 당시 에센시에는 탄광 개발과 함께 여러 공장이 생겨났다. 그는 공장들이 지어지고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는 변화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가 전봇대의 전선과 공장의 굴뚝들이 만들어내는 수직 형태를 잡아내는 방식은 더욱 흥미롭다. 단순히 굴뚝만 촬영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앞과 뒤로 나뉘는 형태를 취한다. 


가령 사진의 앞부분에는 전형적인 독일의 가옥과 울타리가 쳐진 목장이 있다면, 저 멀리 뒷부분에는 공장들과 굴뚝이 보이는 식이다. 마치 자연과 문명의 모습을 한 화면에 같이 담은 것처럼 말이다.  렝거-파츠는 1920년대부터 건축물과 공장 부품을 촬영하는 일을 의뢰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 온전히 그가 원하고 자신이 그동안 추구했던 스타일로 작업을 했다. 클로즈업이나 세부에 주목하는 자신의 특기를 살렸다. 원근감을 살려 건축물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 건물의 어떤 부분에서 나타나는 선과 면의 미를 보여주고자 했다.





<Zeche "Victoria Mathias" in Essen(Charbonnage "Victoria Mathias" à Essen)> 

1929 Albert Renger-Patzsch Archiv / Stiftung Ann und Jürgen Wilde, 

Pinakothek der Moderne, Munich.  Albert Renger-Patzsch / 

Archiv Ann und Jürgen Wilde, Zülpich / ADAGP, Paris 2017

 




이렇듯 단순해 보이면서도 개성 있는 렝거-파츠의 독보적인 스타일은 후대 사진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전시에서도 만날 수 있는 <물탱크(water tower in the leith neighbourhood of Essen)>(1929) 사진은 독일 현대사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베허 부부(Bernd and Hilla Becher)의 대표작들을 연상케 한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세르지오 마(Sérgio Mah)도 렝거-파츠의 물탱크를 보고선 바로 베허 부부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전시가 20세기 초반 사진 거장의 회고전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결국 현대 독일사진의 계보를 그려볼 수 있게 하는 시금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전시장의 마지막에는 그가 말년인 50년대 이후부터 생을 마무리할 때까지 촬영했던 숲과 나무 그리고 암석에 대한 사진이 걸려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 렝거-파츠는 초기에 자신이 탐닉했던 식물 사진의 기억을 떠올렸을까. 그는 1962년에 『나무들』이라는 책에 이어 1966년에는 『암석들』이라는 책을 출판한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작가는 다양한 나무와 암석의 표면과 형태를 클로즈업하여 촬영했다작지 않은 전시장의 한 층을 사용했지만 생각보다 선보인 작품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Krabbenfischerin(Pêcheuse de crevettes)> 1927 Centre Pompidou,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Centre de creation industrielle, 

Paris, acquisition en 1979.   Albert Renger-Patzsch / Archiv Ann 

und Jürgen Wilde, Zülpich / ADAGP, Paris 2017





에센시에 위치한 폴크방 미술관(Museum Folkwang)은 렝거-파츠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던 기관이었지만, 1944년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폭격으로 그중 여러 점을 소실하고 만다. 이렇게 남겨진 작품이 절대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펴낸 사진집의 초본이나, 직접 쓴 에세이를 디지털화해 함께 전시함으로써 그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게 구성했다. 피사체의 디테일이 가득한 렝거-파츠의 흑백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책에 붙인 제목처럼 사진 덕분에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음을 자신의 작품으로 말하고자 했다. 마치 ‘사진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조용하지만 굳건하게 선언하듯 열렬하게 작업했던 작가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는 사진을 예술의 시각에서 논의하게 되었다.  


 

글쓴이 임정현은 서울예술대학교 사진학과와 프랑스 파리 8대학(Université Paris 8 Vincennes - 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시, 지형학 그리고 유토피아’를 주제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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