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다른 소의 모습들, 검은 소의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다. 깊은 숨겨진 소의 침묵, 즉 나의 침묵 이야기를 하려 한다. 굴곡진 시대를 지나오는 여러 과정 속에서 나의 침묵은 진실을 얼마나 밝게 나의 작업 속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목가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고유의 세계를 구축한 황영성의 또 다른 도전이 전시로 재현된다. 2010년 전시 이후 8년 만에 현대화랑에 선보이는 개인전에서 그는 본인의 양식을 다시 모색하고 변화한 작품을 내건다. 동시에 1980년대 후반부터 근래의 작품까지 아울러 한 눈에 조망토록 전시를 꾸민다.
<소의 침묵> 1985 캔버스에 유채 200×200cm
전시의 축을 이루는 ‘소의 침묵’ 연작은 1970년대 작가의 ‘회색시대’ 색조의 연장선상에 자리하며 동시에 구체적 형상이 선과 면으로 단순화되는 조형적 변화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황영성은 70년대 초, 당시 국내 서양화가들이 기피했던 향토적 소재에서 무채색 회화의 가능성을 엿보며 ‘회색조’ 작업에 몰두했다. 이때 그린 검게 칠해진 소들은 작품의 배경이자 주제로 절제되었던 감정적 표현을 함축한 대상이다. 작가 본인이 거쳐 온 시대를 대변하듯 여러 겹의 두터운 검정색칠 속에서, ‘나’와 ‘우리’의 모습을 상징하는 ‘소’는 단순하게 그어진 선만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검은 소’의 모습은 작가가 항상 추구해 온 삶과 예술에서의 진실을 은유적으로 함축하는 셈이다. 4월 26일 시작된 전시는 5월 27일까지 계속된다.
· 문의 현대화랑 02-2287-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