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촘촘히, 각자만의 독보적인 작업으로 선보이며 역설적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잊게 만드는 작가 3인의 전시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이 1월 9일부터 23일까지 뿐또블루에서 열렸다. 박선민, 지희킴, 차승언은 다른 시간, 다른 사람, 다른 장소와 밀도 있게 교류해 자신만의 감성과 감각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박선민의 <파라목토>는 그가 작업 초기부터 관심을 두었던 신문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한다. 지금, 현재, 이 시점에 등장하게 된 특별한 사람에 대한 마음을 작가는 자신이 읽었던 목요일과 토요일의 신문기사의 헤드라인들을 선택해 ‘파라목토’라고 불리는 시에 포함시킨다. 여기에 시를 재해석한 음악이 더해지는데, 관람객은 테이블에 얽히고설킨 로프를 바라보며 한쪽에서는 오직 ‘파’와 ‘라’로만 이루어진 음악을,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시를 낭독하는 듯한 음성을 듣게 된다.
지희킴 <제인 #0>
지희킴은 신작 <제인 #0>을 선보인다. 제인은 가상의 인물이자 영어권 국가에서의 지극히 보편적인 여성의 이름을 상징한다. 한국어 단어로 제인의 사전적인 해석은 ‘모든 사람’인데, 여기에 착안한 작가는 신작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에게 ‘우리 모두’의 개념인 0을 붙였다. 또한 이번 작업에서 그는 넓은 면적에 분사와 농담 조절이 가능한 재료인 스프레이로 매체 실험을 시도했다.
박선민 <파라목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자유롭게 그러나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파고드는 차승언은 이번 전시에서 <달의 우회> 5점을 신작으로 선보인다. 작품은 그가 전시에 초청받았던 일본 고택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섬유와 회화의 매체 혼합은 고택 출입문의 모양과 크기를 표현하는 동시에 동양 전통회화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구름의 움직임을 순차적으로 담아냈다. ‘시간’을 사유하는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역설적으로 시간을 잊게 만드는 전시였다.
차승언 <Moon Det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