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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4, Jul 2014

Shadow Of Shadow─김영원

2014.5.9 – 2014.5.30 표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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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심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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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의 공간, 경계의 공간



인체조각가로 널리 알려진 김영원은 지난 2013년, 이탈리아의 파도바에서 조각가 피노티(Novello Finott)와 함께 2인전을 가졌다. 수십 년 동안 '인체'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작가에게 인간의 몸은 단순한 조형대상이나 물질적 오브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표화랑에 설치된 인체조각들은 인체의 형상을 따르고는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인체를 표상하거나 모사하지 않는다. 그에게 인체 조각은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 흔적이 모두 녹아있는 물질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으며, 인간의 몸 안에 또 다른 몸이 거하는 중첩의 공간이자 경계의 공간이다.           




<그림자의 그림자 12-2> 

2012 브론즈 46×16×21cm




중첩과 경계의 공간은 스테인리스 스틸, 브론즈, 합성수지(F.R.P)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그동안의 작업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면, 김영원의 <중력, 무중력> 시리즈,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 <선(禪) 조각> 시리즈 등은 인체의 반복과 축적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조형 요소에 의존하지만 그로 인해 드러나는 채워짐과 비워짐이라는 두 요소가 조형적 긴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비워있다는 음성적인 공간(negative space)은 문자 그대로, 음각 공간으로 조형적으로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채워진 공간에 대한 하나의 거울 이미지로 존재한다. 또한 그림자의 그림자는 허상의 허상이라는 단순한 시물라크라의 문제를 떠나 김영원에게는 모든 경계와 경계가 만나고 서로 원융하는 불교적 사유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중력 무중력 88-2> 

1988 브론즈 168×58×73cm




이번 표 화랑에 설치된 작품 중에 서 있는 인체 조형이 있는데, 그 아래로 신체를 드러내는 이미지(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져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에 비친 모습 때문에, 관람자 스스로의 몸인 것 같은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그림자를 자세히 보면, 그것은 그림자인 것처럼 보이는 또 다른 환영이다. 또한 브론즈로 제작된 작업 중에, 하나의 인체가 마치 계속 연이어서 있는듯한 작품들도 있다. 사진과 영상으로 생각하면, 무이브리지의 걸어 다니는 사람이 계속해서 연속적인 동작을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각들은 모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스틸 이미지에 반복된 잔상을 불러일으킨다. 즉, 하나의 인체는 다른 인체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 표화랑 전시에서는 이전 전시보다 더욱 강조된 부분이 바로 이러한 인체와 인체의 관계, 연결고리, 만남이다.




<절을 하다> 2014 브론즈 108×55×105cm




다시 김영원의 인체로 돌아가 보자. 그의 인체는 그동안 그림자의 유영(游泳)을 보여주었지만, 이번 전시는 볼륨감이나 조각적인 선을 이용해서 서로 상이한 인체와 인체의 만남과 연결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비어 있음, 즉 공(空)이 작용한다. 그러나 '공'은 이러한 연결과 서로 맞닿아 있는 단어이다. 본래 이 단어는 산스크리트어인 순야타(Sunyata)를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다. 순야타는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통해서 자신을 표출한다. 또한 이는 관계성 속에서 상호 열린 존재를 의미한다. 김영원의 그림자는 내게 열려있는 개방성, 관계성으로 다가온다. 즉,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진짜를 가장하거나 모방하는 서구적 의미가 아닌 것이다. 작가가 수십 년 동안 인체를 모티브로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사회 자체를 바라보았을 때는 인간의 형상, 이상의 의미가 녹아져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소통'은 이러한 열린 개방성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그리하여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간과 그 주변을 엮어내는 그림자는 예술의 흐름을 떠나, 우리가 회복해야 할 또 다른 주제를 던져준다.             




* <그림자의 그림자> 2014 브론즈 180×145×5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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