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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8, Nov 2014

잡화점-Family Name & Given Name

2014.10.10 – 2014.10.23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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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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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대홍수 시대를 사는 가족의 창구



인간들의 악행에 노한 신이 홍수로 세상을 벌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은 단 한 사람, ‘노아’를 살려두기 위해 방주를 만들게 했다. 노아와 가족들만이 방주에 탈 자격이 주어졌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과 사고로 들끓는 일상들. 누가 가족이고, 누가 가족이 아닌지 알 수 없는 세계. 여기, 탈출을 위한 배가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서 보안여관은 노아의 방주가 되었고, 작품들은 배 안에서 세상을 보는 각자의 수단과 창이 되었다. 현대적 대홍수의 시대에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취지의 전시. 보안여관 입구에는 작은 상자들이 있다. 하얀 종이박스가 모여 아슬아슬한 벽을 쳤다. 벽 너머 또 벽이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관람객은 상자에 드로잉을 하고 방주를 세우는데 힘을 보탰다. 


방주가 된 전시장의 창은 단 하나. 가로, 세로 45cm 크기의 창문 한 개를 제외하고는 전시장의 모든 창을 막아 바깥세상과 연결고리를 차단했다. 노아의 방주도 그러했을 것이다. 외부와의 소통이 어려웠다는 전제 하에, 전시는 상상 속의 배를 구현했다. 그 안에는 한 가족이 있고, 각자의 수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가족은 서로 바빠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SNS를 통해 손쉽게 친구를 사귀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엄마는 쇼핑을 한다. 아빠는 스포츠채널을 본다. 가족으로 들어온 소비문화. 이렇게 한 가족은 각각의 소비의 창구를 갖는 ‘잡화점’이 되었다. 




전시 전경




전시장 천장에 난 하나의 창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와 벽에 걸린 그림을 비춘다. 인공조명이 없이 걸려 있는 박용의 <마음의 풍경>. 빛이 드리워져 시선이 움직임에 따라 영상작품처럼 작용했다. 연기백의 자개 작품 역시 2층 창문을 덮었다. 창 바깥 틈새로 반짝이는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켰다. 달로김현주는 비디오 <김밥 더듬기>에서 과거 어머니의 김밥 만들기를 종이로 흉내 내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데, 이러한 행위를 통해 현실의 자신과 과거의 어머니로 대변되는 또 다른 자아의 만남을 실현했다. 


릭킴은 강남대로에 위치한 22개의 미디어 폴에서 상영 중인 <Pop Art Play>를 찍은 영상을 보안여관으로 가져와 재생하는 한 편, 미디어 폴 속 얼굴들을 프린트해 세워놓았다. 버스를 타고 강남대로를 지나며 보았던 알록달록한 얼굴들이 깜깜한 도로를 수놓았다. 작가는 이를 보안여관에 그대로 재현했다. 정원연은 개인의 가족사에 드리워진 트라우마를 빼곡히 기록한 노트를 벽 한 켠에 걸어 놓았다.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바느질하고 수놓은 꽃들을 바닥에 펼쳐놓았다. <트라우마의 족보>와 묘한 어울림을 이루며 마주하는 작품은 조광희의 <날숨. 들숨>이다. 찢겨진 벽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볼 수 있었던 이불이 있다. 작게 뚫린 화면에서 부모와 아이의 배를 찍은 영상이 흘러나온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한다. 이는 복도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재헌의 <Mother and Son>과 이어졌다.




전시 전경




전시장에는 낡은 방이 있다. 작은 문으로 들어서면 머리 위로 그림이 하나 걸려있다. 여느 집마다 하나쯤은 매달려 있을 법한 익숙함과 친근함. 류해윤의 작품 <모내기>다. 70세가 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바로 옆에 걸린 <초저녁에 불두화>, <아내의 중얼거림, 가족>을 그린 류장복의 아버지다. 그래서일까, 두 작품 속 푸름이 하나로 연결된 듯 보였다. 최충원은 가족의 거주지를 찾았다.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주거형태인 아파트, 특히 주로 초기 모델을 찍어 온 그가 <회현 제 2시범 아파트>를 선보이며 점차 줄어들고 있는 주거지의 자취를 따라갔다. <잡화점-Family Name & Given Name>에는 이 시대 보편적인 가족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 자신이 있었다. 영상, 미디어, 사진, 회화, 설치 등 다채로운 매체는 방주 안 가족들이 외부와 소통한 창구였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는 온라인에서도 함께 열렸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과 가족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Youtube)로 전달해 세대와 세대를 이었고, 보안여관으로 대변되는 방주 내부의 관람객과 웹을 통한 방주 바깥의 관람객을 이었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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