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Issue 99, Dec 2014

화려한 예술의 돛을 달다: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 출범

China

Frank Gehry & Fondation
Louis Vuitton Collection
2014.10.20-2015.3.16 파리,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파리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이 베일을 벗었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최고의 건축가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맡아 설계한다는 소식만으로 개관 전부터 세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이 지난 10월 27일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terior view of 2015 S/S Collection in Fondation Louis Vuitton ⓒ Fondation Louis Vuitton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Tags

여느 해보다 눈부신 가을햇살이 내리쬐던 10월, 파리 볼로뉴 숲 속은 프랭크 게리가 창조해낸 또 하나의 기념비적 건축물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푸르른 하늘과 녹음에 둘러싸여 순백의 투명한 빛들을 발현하는 루이비통 재단의 모습은 하늘에 둥둥 떠가는 조각구름을 연상시켰다. 공원이라는 주변 환경과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동시에, 동화나 상상 속에서나 등장할법한 풍경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프랭크 게리의 새로운 건축물. 바로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의 역사적인 첫 페이지를 장식할 첫 전시의 주인공이다. 한마디로 형언할 수 없는 이 묘한 아름다움 속에는 어떤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지금부터 프랭크 게리의 하얀 구름 속 세상으로 떠나보자.   


루이비통을 포함해 약 50여 개의 명품브랜드를 소유한 LVMH 그룹 총수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회장이 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현 문화예술계의 흐름을 움직일 정도로 손 큰 컬렉터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다, 루이비통재단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루이비통메종의 가장 꼭대기 층을 미술관으로 사용했을 만큼 예술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공개하기 일주일전 앞서 열린 개관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프랑스 현 대통령과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문화부장관 그리고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총 감독한 프랭크 게리가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의 축사와 개관선언을 통해 포문을 연 루이비통재단은 전 세계의 예술 종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랑스 대중들의 기대 또한 크다. 루이비통재단이 장차 현대문화예술계의 주도적인 루트가 될 수 있기를, 라데팡스 개선문을 끝으로 조용했던 파리 서쪽을 밝히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Ellsworth Kelly <Green Relief> / 

<Red Curve in Relief> 

ⓒ Ellsworth Kelly ⓒ 

Fondation Louis Vuitton Marc Domage




프랭크 게리의 건축세계는 선구적인 행보를 이어온 만큼, 수많은 비판과 예술적-기술적 의심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20세기 후반, 이전의 건축이 고수해온 기능주의적 전통에서 벗어나 해체주의라는 물결 속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자유로운 공간구조를 선보인 그는 분명 건축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 올해 86세인 그는 이미 흰머리가 수북한 노인이지만, 건축을 향한 그의 열정은 루이비통재단을 비롯해 런던 배터시 발전소 재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할 만큼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순백의 투명함과 마치 하늘에서 떠다니는 듯한 유동적 형태가 무척이나 돋보이는 루이비통재단의 모습은 누가 뭐래도 ‘게리스타일’ 건축물이다. 건축물이라고 보기엔 조형미가 뛰어난 조각 작품에 가깝고, 집합적 구성체라고 하기엔 360도 모두 각기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독립된 디자인들의 콜라주인 듯한 루이비통재단은 조형예술과 건축 사이를 오가는 프랭크 게리만의 독창적인 건축스타일이 반영되어있다. 게리가 볼로뉴 숲 속의 부지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19세기말에 나타난 유리를 사용한 건축물들이었단다. 


파리지엔들의 오래된 쉼터역할을 해온 볼로뉴 숲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게리는 공간의 외부가 내부공간과 단절되지 않고 오히려 시야의 확장효과를 주는 유리를 주된 소재로 선택했다. 그의 예상대로 유리가 가진 투명함과 가벼움은 내부공간이 외부환경을 적극 반영하는데 탁월하게 기능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쉼터’라는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부여하고 있다. 투명함과 가벼움의 콘셉트는 재단 외관의 형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언뜻 조각구름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물 위에 떠있는 돛단배를 떠올리게도 하는 재단의 외관은 목조기둥을 토대로 섬유질이 함유된 특수 제작 대리석판 19,000개와 유리판 3,584개로 덮여있다. 




Gerhard Richter <Strip 28921-5 29> / 

<Strip 28921-2 29> 

ⓒ Fondation Louis Vuitton Martin Argyroglo




목조기둥과 섬유질 대리석판, 유리판과 같은 가볍고 자연적 소재의 사용을 통해 게리는 건물전체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운동성을 재현해내는데 성공한다. 고체성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이 유동적 느낌은 사용된 소재들이 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표면효과로 더욱 극대화된다. 유리와 하얀 섬유질 대리석 외벽과 천장에 내려지는 빛이 반사되어 일으키는 거울효과 덕분에 건물전체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빛의 흐름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된 것이다. 기후, 일조량,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게리의 루이비통재단은 공간이 일차적으로 지닌 안과 밖을 구획하는 기능성을 넘어, 인간(내부)과 자연(외부)이 대화하며 상생하는 살아 움직이는 곳으로 진화한다. 게다가 보는 이의 눈마저 즐겁게 만드는 창의적인 디자인과 압도적인 시각적 아름다움은 여전히 거장의 건재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컴퓨터 3D기술을 최초로 도입하여 건축물의 청사진을 그려낸 선구자이기도 하다. 물론 기계의 힘을 빌렸다는 이유로 수많은 비판도 쏟아졌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게리는 자신의 실험적인 건물구조와 디자인을 실현시키기 위해 신기술을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루이비통재단 전체를 관통하는 투명함과 가벼움이란 모티브 표현 역시 항공기술과 디지털기술을 접합하여 가능해진 결과이다. 외부의 비정형적이며 유동적인 디자인은 각기 독립적인 구조를 가진 내부 갤러리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갤러리에는 프랭크 게리의 건축전시와 함께 재단의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컬렉션 작품들도 대거 전시됐다. 단순한 기하학적 화면구성과 모노톤 색채의 결합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내는 미니멀리스트 화가,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회화작품은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존재감을 알린다. 




Pierre Huyghe <A journey that wasn't> 

ⓒ ADAGP ⓒ 

Fondation Louis Vuitton Marc Domage




특히, 오디토리움 입구 앞에 걸린 무지개 빛 세로선으로 채워진 <스펙트럼 VIII(Spect rum VIII)>(1953)은 화려한 커튼역할을 하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대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 역시 만나볼 수 있다. 회화적 테크닉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회화에 결합시켜 회화의 영역을 한 층 더 확장시켰다고 평가 받는 그의 캔버스들은 대번에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사진과 추상회화를 접합시킨 <사슴(Hirsch)>(1963), 낭만주의 회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사진을 통해 재해석한 <바닷가(Seestuck)>(1969)를 비롯해 디지털기술로 색채를 분석한 최근 작업 <줄무늬(Strip)>(2011)에 이르기까지 그가 행해 온 회화의 확장-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재단 북쪽 내부에 동굴(Grotto)이란 이름이 붙은 인공호수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수평선 안(Inside the horizon)>(2014) 역시 눈길을 끈다. 컬렉션이라기보다 내부공간의 일부로 제작된 이 작품은 43개의 세모꼴의 거울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相)을 비추는 거대한 만화경으로, 관람객은 거울과 호수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마주치게 된다. 이 외에도 현대예술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 아티스트, 베르트랑 라비에(Bertrand Lavier),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를 포함해 토마스 쉬테(Thomas Schutte), 존 조르노(John Giorno), 이자 겐즈켄(Isa Genzken)의 작업들로 재단의 갤러리는 풍성하게 채워져 있다.  




Olafur Eliasson <Inside the horizon> 

ⓒ 2014 Olafur Eliasson ⓒ Iwan Baan




2년 전, 프랑스 정부의 부유세 증세에 반대해 이중국적 논란을 빚었던 아르노 회장이 문화예술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사실 문화예술재단 설립은 아르노 회장이 평생 동안 이루고자 했던 대업 중 하나로, 준비만 10년이 넘었으니 증세문제 때문에 미룰 수도,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재단은 문을 열었다.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은 대중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미술관이다. 부디 루이비통 재단이 아르노 회장의 예술품왕국으로 남지 않고, 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세기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와 아르노 회장의 화려했던 만남만큼 많은 예술가들의 화려한 일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