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얼터-에고로서의 소피를 ‘꿈꾸는 하녀’라고 말할 수 있을 터이나, 사실 각각의 소피는 모두 다른 부제를 갖고,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인물로 형상화된다. 전체 인물의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지닌 구체적 인물들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것.특기할 만 한 점은 소피가 항상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오롯이 전시장의 한 가운데를 점유하고 있는 등신대 조각의 설치는 관람자로 하여금 소피를 그 공간의 여왕처럼 느끼도록 하는데, 문득 시선을 맞추려 그의 얼굴을 보면, 눈을 감은 채 시선을 피하고 있다. 상황은 아이러니지만, 이것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소피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꿈을 꾸고 있거나, 관람자의 시선을 피하는 수동적 태도의 흑인 여성을 재현하고 있다. 사실 그 어느 쪽으로 해석하더라도 작가가 현실에 대해 긍정적인 것 같진 않다.
<Her Majesty Queen Sophie> 2010
Digital Print 90x60cm (Edition of 10)
Courtesy of Gallery MOMO
이와 비슷하게 소피에 대한 재현 역시 두 가지로 나타난다. 전통적인 흑인 여성상을 답습하거나 정반대로 전통적인 역할에서 매우 벗어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 먼저 그의 대표 조각 <나는 숙녀이다(I am a lady)>를 보자. 이 작품에서 오간자로 한껏 부풀려진 파란 빅토리아풍의 드레스를 입은 흑인 여성 소피는 흰 양산을 들고 전형적인 아름다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흔히 통용되는 미적 기준이 흑인 여성에게도 체화되었음을 상징한다. 작가는 여성들이 거짓 의식(ceremony)을 통해 미적 기준을 끊임없이 재생산하여 스스로의 몸에 훈육시키고 세대적으로 그것을 답습하면서, 특정한 미와 여성성이 특권을 유지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출시킨다.
두 번째 재현 형태로, 소피는 남아프리카 맥락의 흑인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묘사된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분해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거나, 말을 타고 이제 막 행진하려 한다. 그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식민주의시대 흑인 여성의 열망을 상징한다. 작가는 소피를 매개로 환상을 노출한다. 이 묘사를 통해 ‘영웅의 옷’의 형태를 입은 환상과 ‘하인의 옷’의 직물을 입은 현실이 대조되면서, 역사의 이면에 감추어졌던 흑인 여성의 욕구, 내적 갈망이 보다 분명하고 자유롭게 드러난다. 소피는 스토리텔러(이야기 전달자)로서가 아니라 주체적 여성으로서 아프리카 여성의 숨겨진 시간을 넘칠 듯한 에너지로 표출하고, 관람자들은 소피를 통해 실제 시공간이 아닌 환상을 여행하게 된다.
<I put a spell on me> 2009
Digital print on cotton rag matte paper
90x60cm (Edition of 10)
Courtesy of Gallery MOMO
한편, 한 눈에 보기에 아름답기만 한 시반드의 작업은 남아프리카의 문맥을 적용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생산해낸다. 작업에서 의복을 이루는 파란 직물이 남아프리카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식민지령의 노동력을 상징하는 작업복의 소재이기 때문. 소피가 입고 있는 옷이 제국주의의 대표적 시대인 빅토리아풍의 의상이라는 사실 역시 우연적이지 않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맥락에서 하인의 유니폼을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으로 바꾸면서 노예와 주인 간의 지배관계와 권력을 뒤집는다. 그리고 이 모든 묘사는 남아프리카 사회의 문맥에서 자연스럽게 식민주의(Colonialism)와 연관된다. 말하자면, 그의 작업에서 여성의 몸과 피부, 그리고 옷은 역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담론의 장이 되며, 그가 설치하는 공간은 식민주의라는 역사적 사이코드라마를 재현하는 무대가 되는 셈. 시반드는 사람의 형태를 회화와 조각을 통해 매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남아프리카의 포스트-식민주의 맥락의 정체성의 구조를 탐험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stereotype)에 싸인 서술을 비평한다. 이로써 그는 가려지거나 심지어는 파괴되어온 개인성을 긍정하고 강조한다.
최근작 <죽은 여왕이여 오래사소서(Long live the dead queen)>와 <보라색이 지배하리라(The Purple Shall Govern)>는 이전 작업에 비해 변화를 선보인다. 그의 상징과도 같던 푸른 색감이 작업에서 사라지고, 소피는 보라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더불어 소피는 이전의 작업에서처럼 노출되지 않고, 해초 같기도 하고 벌레 같기도 한 보라색 더미 속에 꼭꼭 숨어 버린다. 이 작업들은 작가가 지속해오던 ‘소피’ 시리즈의 마무리처럼 보인다. 작가는 소피를 부재시키고, 보라색 더미를 등장시킴으로써 중심적 아이디어를 해체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작업의 중심이었던 소피 역시 해체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 작가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의 줄기 뿌리 ‘리좀(rhizome)’ 개념을 차용하여, 무대 위에 그 형태와 꼭 닮은 융털 같은 보라색 덩어리들을 장치한다. 이것들은 서로가 시작도 끝도 아니면서 다 같이 뻗어나가는 형태를 취하는데, 이 광경은 관람자들에게 안과 밖이 전치된, 소피의 신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The Reign> 2010 Mixed media installation
Life size Courtesy of Gallery MOMO4
2009 Digital print on cotton rag matte paper
90x60cm (Edition of 10) Courtesy of Gallery MOMO
Mary Sibande
Artist
민성식 Min Song SikArtist
안규철 Ahn Kyu ChulArtist
라큅 쇼 Raqib ShawArtist
코엔 반 덴 브룩 Koen van den BroekArtist
이배 lee baeArtist
김태균 Kim tae kyunArtist
로버트 고버 Robert GoberArtist
정상화 Chung SanghwaArtist
류호열 Ryu HoyeolArtist
팀랩 team LabArtist
이강소 Lee Kang SoArtist
조소희 Cho So HeeArtist
브루스 먼로 Bruce MunroArtist
안창홍 Ahn Chang 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