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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2, Jul 2023

세계의 교실, 전시라는 이름의 배움의 장

Japan

World Classroom
Contemporary Art through School Subjects
2023.4.19-2023.9.24 도쿄, 모리미술관

● 권상해 일본통신원 ● 이미지 Mori Art Museum 제공

Wang Qingsong 'Follow Me' 2003 C-print 60×150cm Collection: Mori Art Museum,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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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해 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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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술관(Mori Art Museum) 개관 20주년 기념전 <WORLD CLASSROOM: Contemporary Art through School Subjects>는 54팀의 작가가 미술관 소장품과 신작을 포함한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월드 클래스룸’은 현대미술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배움의 장을 추구해온 모리미술관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의 교과목을 각 세션의 제목으로 차용해 관련 분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이 지닌 다학제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미술관이 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체험하고 고정관념을 창의적으로 초월하는 배움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전시실에는 교과서와 교사, 시험 대신에 현대미술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2003년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관람층에 현대미술을 널리 소개하는 역할을 표방하며 개관한 모리미술관은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전시의 주제로 월드 클래스룸을 내걸었다.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은 서구중심의 관점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와 같은 다양한 지역과 역사의 담론으로 눈을 넓히기 시작했다. 또한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은 각자의 구체적인 흥미에 기반해 예술의 안과 밖의 다양한 영역을 융합하는 예술 실천을 전개해왔다. 이와 더불어 관람객 또한 특정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통해 평소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접하기에 용이해졌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러한 현대미술의 다원론적 다학제적 측면에 주목하며 예술 감상을 통해 세계를 배우는 교육의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시 구성상의 특징을 꼽자면 각 세션을 8가지 교과목(국어, 사회, 철학, 수학, 과학, 음악, 체육, 종합)의 이름을 따 구성했다는 점이다. 흔히 학교 교육이 교과서를 보고 강의를 듣는 것을 통해 관련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이라면, 이 전시는 예술작품이 교과서의 내용과 교사의 지도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전시의 구성과 개별 작품이 관람객에게 어떤 배움을 경험하게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Seto Momoko <Planet Σ> 2014 
Video, sound 11min 40sec (loop) 
Collection: Mori Art Museum, Tokyo



전시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국어 세션에서는 언어나 말에 기반한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개념 미술을 비롯해 언어가 지닌 정체성 형성의 측면이나 국가 간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에 주목하는 작품들을 다룬다. 이 이란(Yee I-Lann)의 <The Dancing Queen>(2019)은 말레이 제도의 보르네오섬에 거주하는 다양한 직물 생산 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작품이다. 대나무 소재로 만든 직물에는 영어 문장이 검은색 글자로 짜여 있는데 이는 아바(ABBA), 레이디 가가(Lady GaGa),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과 같은 유명 팝 가수들의 노래 가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의 여성들이 평소 일할 때 사용하는 돗자리에 쓰인 여성 가수들의 히트곡 가사는 일상 속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는 대중문화와 이를 공유하는 그들의 느슨한 연대를 상징한다. 왕 칭송(Wang Qingsong)의 <Follow Me>(2003)는 교사로 분장한 작가가 한자와 영어가 빽빽이 쓰인 커다란 칠판을 배경으로 강의를 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이다. 제목은 1980년대 중국에서 방영된 영어와 서구의 문화를 소개하는 인기 방송을 인용한 것이다. 작가가 약 5년에 걸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완성한 칠판에는 곳곳에 나이키나 맥도날드의 로고가 그려져 있고 책상 위에는 코카콜라 병이 놓여 있다. 이러한 의도적인 배치를 통해 서구의 문화가 빠르게 유입되던 당시 중국의 첨예한 사회상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회 세션은 정치, 경제, 역사, 교육 분야에 걸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딘 큐 레(Dinh Q. Lê)의 <Light and Belief: Sketches of Life from the Vietnam War>(2012)는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군의 종군 화가들이 그린 스케치를 벽면에 배치한 설치 작업과 그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화가들은 공산주의 이념에 봉사한 자신의 업적을 강조면서도 개성을 지닌 한 사람의 표현자로서 전쟁의 틈 속에서 바라본 사람들과 풍경에 대한 경험을 회상한다.



Miyajima Tatsuo <Innumerable Life/Buddha CCIƆƆ-01> 
2018 Light Emitting Diode, IC, electric wire, steel, stainless,
transformer, LED type “Time Hundred” (Red) 100 plates
251.7×251.7×15cm Courtesy Lisson Gallery
Photo: Omote Nobutada Collection: 
Mori Art Museum, Tokyo



딘 큐 레는 그들의 그림이 전투 장면과 무기의 묘사뿐만 아니라 민중의 초상과 생활상을 담고자 하는 마음에 내재한 사람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부각시킨다. 인도네시아의 콜렉티브 자카르타 웨이스티드 아티스트(Jakarta Wasted Artists)의 <Graphic Exchange>(2015)는 다양한 상점들의 낡은 간판과 상점 주인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작한 새로운 간판을 교환하는 프로젝트이다. 실제로 물려받은 낡은 간판 50여 점을 벽에 걸어놓은 설치 작업과 간판의 제작 및 협상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전시한다. 이들의 작업은 어딘가 익숙하고 흔해 보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풍경들을 실천적으로 기록한다.

철학 세션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본질의 추구나 실재, 시간, 자연을 사색하는 작품을 다룬다. 이우환의 돌과 유리, 회화를 조합한 단순한 구조를 제시하는 작업과 미야지마 타츠오(Miyajima Tatsuo)의 LED 조명으로 숫자의 변화를 시각화해 삶과 죽음을 은유한 작업은 관람객을 명상적인 시공간으로 초대한다. 한편 아라야 라스잠리안숙(Araya Rasdjarmrearnsook)의 <The Class>(2005)는 작가 본인이 영안실에서 연고자가 없는 시체들을 앞에 두고 죽음에 관한 강의를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설명하는 동안 종종 시체를 향해 말을 걸거나 마치 살아있는 존재와 소통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이는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통념이나 소외된 존재에 대한 차별을 돌아보고 현대사회의 일면을 다시 파악하기 위한 수행적 행위다.

수학 세션에서는 수학적인 개념을 요리나 청소 등의 일상적인 도구를 통해 표현하는 사사모토 아키(Aki Sasamoto)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사사모토는 <Do Nut Diagram>(2018)에서 숲을 배경으로 강화유리와 마커펜, 도넛, 목관악기를 사용해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지우는 퍼포먼스를 행한다. 유리 표면에 마커펜으로 그린 두 개의 원의 교집합에 놓인 도넛은 돌연 유리가 깨지거나 또 다른 도넛으로 그린 얼룩에 의해 집합을 상실하거나 다른 집합에 속하게 된다. 영상과 함께 전시된 시가 암시하듯이 작가의 불규칙한 일련의 행위는 우리가 거듭해온 무의미한 가정들, 예상 밖의 상황에서의 후회나 응어리가 불러낸 유령들의 모임을 주관한다.



Jakarta Wasted Artists <Graphic Exchange> 2015
 37 signboards, 2 videos Dimensions variable
Video: 4min 57sec, 5min 40sec Installation view of 
<WORLD CLASSROOM: Contemporary Art through
School Subjects> Mori Art Museum, Tokyo, 2023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Photo:
Furukawa Yuya Collection: Mori Art Museum, Tokyo



과학 세션에 전시된 미야나가 아이코(Miyanaga Aiko)의 신작 <Root of Steps>는 나프탈렌으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투명의 유리 상자에 진열한 설치 작업이다. 각각의 신발은 미술관이 위치한 롯폰기 주변을 오고 가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의 신발을 본 떠 만든 것이다. 나프탈렌은 상온에서 공기 중으로 기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밀폐된 유리에 담겨 있으면 유리 표면에 결정을 맺음으로써 그 흔적을 남긴다. 작가는 장소를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영원히 사라지기보다는 그곳에 분명하게 잔존하고 있음을 시각화하여 전달한다.

전시 후반부에는 종합 세션이 배치되어 있다. 이곳은 교과목이라는 카테고리가 우리를 둘러싼 현상들을 이해하기에 완벽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타카야마 아키라(Takayama Akira)의 작업을 도큐먼트 형식으로 소개하는 전시는 도시를 무대로 역사, 문학, 건축,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을 매개하는 투어 퍼포먼스와 사회실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수학여행의 형식을 빌린 ‘New Tokyo School Excursion Project’(2018-)는 외국인이 가이드를 수행함으로써 도시의 역사나 사회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투어 퍼포먼스이다.

관람객들은 단체로 여행 일정표를 손에 들고 도쿄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특정한 역사와 관련된 장소나 인물들을 만나면서 공동의 학습 경험을 하게 된다. ‘McDonald’s Radio University‘(2017-)는 흔히 볼 수 있는 맥도날드를 대학교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로, 난민이나 이민자가 각자의 지식이나 인생 경험을 강의하는 교수가 되고 관람객은 그들의 강의를 구입해 수강하는 학생이 된다. 맥도날드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장소라는 점에 주목하여 가르치고 배우는(주고받는) 관계가 전복된 생각의 장을 제안한다.



Morimura Yasumasa <Une Moderne Olympia 2018> 
 2017-2018 C-print, transparent medium 
210×300cm Photo: Muto Shigeo Collection: 
Mori Art Museum, Tokyo



이번 전시는 월드 클래스룸이라는 제목대로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삶과 가치관, 지식에 대한 배움의 폭을 넓혀주는 전시였다. 교과목을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는 다소 틀에 끼워 맞춘 인상을 주기는 했지만 과목별로 모아놓은 작품 간의 관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만 이번 전시를 바라봄에 있어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배움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대상과 범위의 측면이다.

전시가 교실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미술관의 관람객만을 위한 것이라면 작품에서 다뤄지는 소외된 존재나 예술의 사회적 가치 또한 특정한 대상에 한정된 지식임을 자인하는 것과 같다. 예술작품은 교환가치를 지닌 소유물로 존재하는 한 모든 이에게 열려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시의 마지막에 타카야마의 작품과 같이 도시 속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소개한 것은 교육이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라 생각된다. 견고한 울타리 안의 교실=미술관이 아닌 보다 유연하고 개방된 현대미술의 배움의 장을 상상해본다. PA  



Jacob Kirkegaard <Permanent Cloud> 
2023 Sound and video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of <WORLD CLASSROOM: Contemporary
Art through School Subjects> Mori Art Museum, Tokyo
, 2023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Photo: Furukawa Yuya



글쓴이 권상해는 도쿄예술대학에서 예술학 전공으로 석사학위, 아트프로듀스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현대미술 연구와 더불어 미술과 공연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큐레토리얼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도쿄에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전시 기획, 퍼포먼스 플랫폼 Stilllive 운영, 글쓰기, 번역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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