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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1, Feb 2015

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2014.12.19 – 2015.2.15 아뜰리에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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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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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과하고 모두가 과했던 



영문학자 제임스 잉글리쉬(James F. English)에 의하면 예술상의 권위는 주최기관, 심사위원, 상금, 역대 수상자 리스트라는 네 가지 조건 아래에서 생겨난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이 조건들 아래에서 살펴보면 그 어느 것에도 부족함이 없다. 200년 가까운 전통을 지닌 프랑스 기업이 주최하고, 국내외 미술계의 유명인사로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며, 후보자와 수상자에게는 각 2천만 원의 적지 않은 전시지원금과 상금이 주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대 수상자들이 한국미술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작가들이었다는 점이 십수 년이 넘도록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권위를 공고히 해 왔다. 


이에 덧붙여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5인의 작가/비평가 추천인이 구성되는데, 이들이 추천하는 작가 10인이 1차 지명 작가 후보가 되는 것이니 이들의 역할 또한 적지 않다 하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래 들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이 기대보다 못 미치는 결과를 보이며 예술상의 권위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 미술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해온다는 점에서 예술상은 분명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이나 그 과정과 결과가 미술계 안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박탈감을 생산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수상결과가 무엇보다도 주목되며 예술상의 신뢰를 지속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올해 에르메스 재단은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을 후보자로 지목했다. 슬기와 민을 제외한 두 후보자가 역대 후보자들에 비해 젊고 경력이 길지 않다는 점이 다소 의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에르메스 재단이 지금까지 전위적인 작업을 해왔던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려왔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낯섦은 오히려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들이 그간 선보였던 작업들이 센세이셔널 했거나 말거나 이들의 이름이 생소하거나 말거나, 이제 본전시를 어떻게 꾸려내는가가 관건이 될 테며-수상을 누가 하든 간에- 전시의 성패가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에 대한 신뢰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세 후보자들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1층에 새롭게 마련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각자의 공간을 부여받고 2-3작품(또는 한 시리즈의 작품)을 선보였다. 




장민승 <검은 나무여>

 



하나의 기획전으로 마련된 전시가 아닌, 경합의 장으로서의 전시이다 보니, 작업들이 서로를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하면서도 세 전시 중 어떤 것이 더 드러나거나 물러나지 않도록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점에서 전시의 구성은 적절해보였다. 이에 반해 각 작업들은 주제에 비해 과한 형식과 표현들이 보이거나 또는 그 반대의 경향, 즉 보이는 것에 비해 과한 내용을 포함하려는 점들이 괴리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전시에 보이는 최종 결과물이 수상과 직결된다는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무관하게 자신의 맥락 안에서 작업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작가의 역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르메스 재단을 비롯한 여타 예술상을 수여해 온 기관들에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인지, 또는 작가구성이 다양하거나 충분하지 않은 한국 미술계에서 수상자를 매해 몇 명씩 배출해 내는 것이 벅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가 갈수록 후보자 전시에 대한 실망감은 커진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지목된 작가들에 대한 의문, 다시 말해 추천인들과 추천과정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상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가고 있다면 그것의 권위를 만들어내는 조건들 중 유동적 요소인 추천인과 추천과정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훌륭한 작가들의 활동을 격려해주고 모호한 당대의 예술 방향을 결정해준다는 점에서 예술상은 분명 의미가 있다. 때문에 많은 재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예술상들이 건재하기를 바란다. 다만 에르메스 재단을 비롯한 예술상 수여기관들이 현 예술방향의 갈피를 잡느라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예상치 못했던 흐름을 짚어내는 통찰력에 둔감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슬기와 민 <테크니컬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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