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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3, Apr 2015

토니 아워슬러: 틀과 변형, 친숙하거나 낯선 얼굴

U.K.

Tony Oursler: template variant friend stranger
2015.1.30-2015.3.7 런던, 리슨갤러리

일그러진, 혹은 해체된 얼굴과 프로젝션. 토니 아워슬러(Tony Oursler)의 작업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프로젝션을 이용해 주어진 물리적 공간의 특성이 주는 한계를 넘어 의식적 공간을 새로 창출해 내는 것은 그의 작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곤 했는데, 이번 리슨 갤러리에서 보인 새 작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조금 낯선 방식의 감상을 유도했다. 조각난 얼굴들의 기괴한 재조합과 프로젝션이라는 장치를 통해 부유(浮游)하는 이미지를 보임으로써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나타난 몽타주적(분열적) 인격을 정신병리적 측면에서 조명하던 작가는 이번엔 ‘안면인식기능’이라는 테크놀로지적 요소를 끌어와 사회, 정치적 방향으로 작업의 범위를 넓혔다. 그래서일지, 공간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던 이전과는 달리 독립된 오브제 형태로 선보인 작업들은 다소 차가운 듯 하면서도 주제와 잘 어우러졌다.
● 김아영 영국통신원

'VAC' 2014 Wood, mounted photo print, monitors, media player and sound 266×199×68cm ⓒ The artist Courtesy Lisson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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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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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메인 공간에는 압도적인 크기로 프린트 된 얼굴 6개가 불규칙하게 세워졌다. 이 얼굴 위로 각기 다른 패턴들이 그려져 있어 눈에 띄었다. 이전부터 작가가 얼굴을 사용하던 방식과 유사하게 그들의 눈과 입은 각자 다른 얼굴에서 떨어져 나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 벽에 걸려 전시된 11개의 얼굴은 조금 더 추상적이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따왔다는 사실은 같지만, , , 입의 이미지, 함께 덩어리째인 형태, 한 가지 색, 재료인 스테인레스가 주는 인공적 광택은 다르게 남아 있었다. 이 얼굴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패턴들은 조금 더 단조롭게 묘사되어 있었다. 


장소를 이동해 지하로 내려가니 메인 전시실에 있던 얼굴 판넬과 같은 사이즈의 빈 판넬 위로 아이겐페이스(Eigenface)’와 얼굴이 장치에 인식되지 못하도록 분장을 하는 비디오가 프로젝션 되고 있었고 조그만 방 한 편에는 마치 설계도를 모아놓은 듯 각종 얼굴들과 거기서 따온 패턴들을 그린 드로잉들이 있었다. 안면인식기능을 포함한 생체인식기술은 예전부터 공상과학 영화 등에서도 많이 보여 왔을 뿐만 아니라 보안, 감시, 식별 등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사용되어 왔지만 익숙하게 노출되진 않아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젠 더욱이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됐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지문을 인식해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다든가 한때 유행하던 닮은 연예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Installation view Courtesy Lisson Gallery, London





최근 상영된 엑스 마키나(Ex Machina)’라는 영화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인터넷 사용 기록으로 드러나는 포르노 여배우 취향을 종합해 만든 인공지능로봇의 얼굴과 이 로봇이 사람 얼굴의 미세 표현(Micro Expression)을 읽어내 감정을 판단하는 장면들처럼 얼굴을 기계로 읽어내는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안면인식에 있어 사용되는 아이겐페이스란 컴퓨터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데 필요한 얼굴 구성요소의 집합을 말한다. , 눈 사이의 거리, 각도 등 얼굴의 특징을 기하학적으로 환산하여 수치화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유한 얼굴의 생김새는 이렇게 코드화되고 지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아워슬러의 이번 작업 얼굴들 위에 그려진 패턴들은 이 아이겐페이스라는 알고리즘에 기반 한 것으로,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시점,  인간이 만든 기계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얼굴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인지 작업들을 보고 있자면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읽고 있는 시선을 보고 있는 듯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전시장에서 문득 호기심이 들어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고 작품을 향했더니 조각난 얼굴의 집합으로서의 얼굴 또한 얼굴로 인지돼 흥미로웠다. 


작가는 변상증(Pareidolia)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단어만 들어서는 의미를 가늠하기 힘들겠지만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보통 얼룩이나 구름 등 어떤 패턴 속에서 사람 얼굴의 형상을 보는 현상을 말하는데, 그것이 사람 얼굴이 아님을 알고서도 그렇게 인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인터넷에서 변상증을 검색해 나오는 얼굴 형상의 이미지들을 카메라로 비춰보니 그것들 역시 얼굴로 인식했다. 이 인식장치는 어떤 대상을 사람인지 아닌지 파악하지는 못하지만 해당 알고리즘에 의해 사람얼굴로 인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굴이 아닌 것을 모르면서 사람얼굴로 인지하는 것이 인간에게도 해당 될까? 우리가 다루는 이 기계들이 정보수집과 분석을 위해 얼굴을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얼굴을 인식하여 무엇을 하는가? 혹은 무엇을 하기 위해 얼굴을 인식하는가? 




<SUS> 2014 Aluminium with ipads and ther mochromatic pigment 

121.9×91.4cm ⓒ The artist Courtesy Lisson Gallery, London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일치시킴으로써 식별한다. 이 점에 있어서 안면인식은 생체인식과는 또 다른 담론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얼굴을 보고나면 그것을 하나의 개체로 각인 시킨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그것에 상응하는 어느 하나의 인격체를 그려낼 수 있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지. 전시장에 놓인 수많은 얼굴들은 누구인지 전혀 인식할 수 없었으며, 그리하여 가상적 존재성을 얻고 있었다. 휴대폰 카메라는 얼굴을 얼굴로 인지할 뿐이지만 인간은 그것이 얼굴인 줄 알면서도누구라고 인지할 수는 없다. 사람의 얼굴(육체)은 정체성(정신)으로부터 분리되고 코드화 되면서 하나의 정보로 관리되고 이 정보들은 재조합되어 인식될 수 있는 얼굴을 만들었다.


전시된 얼굴들은 얼굴로서 역할하지만 각각의 다른 정체성으로부터 갈기갈기 찢겨 한데 모인 몽타주일 뿐이며, 특히 벽에 걸린 11개 얼굴들의 단일한 색과 기하학적 패턴, 단순한 형태는 이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회화, 조각, 사진 등 각종 매체를 막론하고 예술작품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담을 때 그 얼굴과 표정이 담아내는 것, 표현하는 것, 다시 말해 그 얼굴이 말하는 것이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아워슬러의 전시에서 보인 얼굴들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영상과 함께 입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지만 그것은 서로 다른 얼굴로부터 나오는 소리와 뒤섞이거나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일 뿐이었다. 그 소리 역시, 아무 의미가 없거나 형태만 띄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조각난 뒤 재배열, 재조합된 얼굴은 그저 얼굴이라는 형태의 코드로, 하나의 장치로 존재 할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서 읽히길 기다리는 그런 얼굴들 말이다.




Installation view Courtesy Lisson Gallery, London





신체적 고유성을 이용해 개개인을 정보화 하여 관리하는 것의 위험성은 오래 전 부터 경고돼 온 바 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이 어떤 식으로 오남용 되는가만이 문제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매체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다. 텔레비전, 라디오, 카메라, 인터넷 등 그간의 기술 발전은 인간의 시야를 무의식 범위로의 확장시키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고, 실재와 가상을 끝없는 전복하는 등 물리적 변화를 넘어 인간 존재 양상에까지 변화를 끼쳐왔다. ‘틴더(Tin der)’라는 데이트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쓸 수 있는 틴더박스(Tinder Box)’라는 오픈 소스 기술은, 틴더 상에 올라와 있는 얼굴 이미지들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선호도를 물은 뒤 그에 맞는 얼굴의 데이트 상대를 알아서 골라준다. 아마도 취향에 가까운 사람을 찾기엔 더 수월할 지도 모르겠다. 문명의 이기는 이제 사랑(이라 불리는 것)까지 편리하게 만들어주려는 듯 싶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소통과 교류의 첫 시작이다. 눈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봄으로써 서로를 알아보고, 알아간다. 얼굴의 형태를 더듬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드러나는 것들을 읽으면서 말이다. 우리말 얼굴의 뜻은 영혼의 통로라고 한다.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왕국이라는 오명 사이 우리나라의 현 시점에서 얼굴이라는 단어를 다시 되뇌어 본다. 기계가 보여주고 읽어주는 얼굴, 얼굴을 분석하는 기준들로 바라봐지는 얼굴, 우리는 벌써 이런 얼굴들에 익숙해져 얼굴로 말하는 법을 잃은 것은 아닐까. 읽히기만을 바라는 얼굴들이 모여 서로를 눈앞에 두고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사랑할 줄 모르는 얼굴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끊임없이 움직이는 얼굴로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토니 아워슬러의 얼굴들은, 찰나의 순간에도 많은 것을 말할 줄 아는 얼굴들을 그립게 했다.   



글쓴이 김아영은 예술가로, 센트럴 세인트마틴즈 예술대학(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순수미술, 특히 시간 기반 매체(time-based media) 전공으로 학사를 졸업했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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