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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8, Sep 2015

조우(Accidental Encounter)>

2015.6.12 – 2015.8.16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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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한국미술연구소 선임연구원·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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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나는 너를 



나는 적당한 상쾌함 속에서 별다른 기대나 긴장감 없이 그들을 맞닥뜨렸다. 그래서였을까. 일종의 무방비 상태에서 이루어진 그들과의 만남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갔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곳에 간 나를 그들이 발견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했다. 그들, 실은 그()들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생명의 유무를 떠나, 혹은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떠나 그()들이 나와 동등한 격을 지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것도 이 때문이리라.  

 

 <조우>전에서 나는 그렇게 그()들을 만났다. ‘조우 예기치 않은 만남 또는 우연히 서로 만남을 뜻한다. 이번 전시의 만남에는 적어도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작가와 사물들의 만남이다. 두 번째는 사물들과 작품의 만남, 그리고 세 번째는 작품 속 사물들과 관람객과의 만남이다. 내 경우가 이 세 번째 만남에 속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이들 만남의 주체가 상호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선 순간 내가 느낀 당황스러움은 이를 간과한 데서 발생한 것이다. 어째서 나만 그()들을 보고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 미처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나를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연기백 <그린하이츠> 2015 

혼합재료(자개장, 나무) 가변크기





전시는 1층과 2층을 나눈 두 개의 파트로 구성돼 23명의 작가,  7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재료가 내용이 될 때라는 부제가 붙은 파트1에는 김순임, 박상덕, 안시형, 연기백, 오유경, 이병찬, 이완, 이창원, 최정화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었다. 부제에 이미 드러나 있듯이 이들 작품 속의 사물들은 재료이면서 또한 내용으로서 작품의 의미 자체를 담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다. 예를 들어 켜켜이 쌓은 달걀판은 철거된 콜트 콜텍 기타 공장의 기억을 담은 벽이 되었다(박상덕). 낡은 자개장은 조각조각 해체된 반면(연기백) 탁구공은 거대한 포도송이처럼 엉겨 붙었다(오유경). 마트에서 산 닭고기가 야구공이 되었고(이완)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영롱한 빛은 플라스틱 용기들을 투과한 것이었다(이창원).   

 

이어지는 2층 전시장에 마련된 파트2의 부제는 재료가 매체가 될 때, 고산금, 구성연, 김형관, 노상균, 방명주, 신미경, 이기일, 이동재, 이세경, 이수경, 함연주, 허은경, 황란, 황인기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언뜻 봐서는 일반적인 회화, 조각, 공예 작품들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관람자의 당혹감은 증폭된다. 마치 픽셀처럼 박힌 장난감 블록이 전통 산수화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황인기), 거미줄에 이슬이 맺히듯 에폭시 레진으로 이어 붙인 머리카락은 극도로 섬세하게 짜인 레이스를 방불케 한다(함연주). 영화 <토탈 리콜(Total Recall)>(2012)에서 본 듯한 붉은 사막이 실은 고춧가루임을 알기까지는(방명주)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좀 전의 당혹감은 큰 깨달음으로 변환된다. 내가 그들을 발견하기 이전에 이미 나는 그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따라서 이 만남의 주도권은 내가 아닌 그들에게 있었다.    

 

의식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현실과 마주하는, 그 일상 속에 묻혀 있던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과의 만남.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은 이를경이(le merveilleux)’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예기치 않은 만남, 우연한 만남에서 선택과 발견은 상호적이다. 그 것이 언제나 나의 몫인 줄로만 알았던 내게는 이번 <조우>전이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김순임 <The Space 17-2015 북서울> 2015 각 지역에서 온 돌멩이, 무명실, 목화솜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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