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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0, Nov 2015

APMAP 2015_Researcher's way

2015.8.8 – 2015.10.25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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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진 미술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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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조형물의 길에 대한 질문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APMAP(Amorepacific museum of art project)’은 화이트큐브를 벗어나 매번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중장기형 장소 특정적 야외설치 프로젝트다. 2013년의 1회전은 반전 풍경(reverscape)’라는 주제로 경기도 오산의 화장품 통합생산물류 기지에서 개최되었고, 다음 해 2회전은 물결 사이(between waves)’를 내세워 제주의 서광다원과 오설록 부지에서 열렸다. 올해 선택된 장소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야외 정원이다. ‘연구자의 길로 번역할 수 있는 이번 전시 제목 <Researcher's way>는 화장품 연구소라는 부지의 특성에서 온 것이다. 이 공간의 사용자인 연구원과 참여작가인 예술가는 접근 방식이 다를 뿐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생각이 새로운 미를 향한 테크놀로지라는 전시주제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 전시를 매회 주어지는 특정 주제와의 부합성 여부로 평가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일단 주제 자체가 다양한 작업에 호응할 수 있게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주어질뿐더러, 주제의 책정은 선정된 부지의 장소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APMAP의 진정한 주제는 야외 조형물이고, 그것이 놓인 장소와 어떤 관계를 창출하느냐가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일부 실내 설치가 포함되었던 1, 2회전과는 달리 100% 야외 설치인 이번 전시는 야외 조형물이라는 전체 프로젝트의 목적을 좀 더 선명히 했다. 야외 설치는 실내 전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을 지닌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온습도의 변동, 비나 바람 등의 기후변화, 전공자나 애호가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일반 대중,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는 안전성, 나아가 설치 이후의 유지, 보수, 관리까지. 준비된 화이트큐브보다 몇 배나 많은 제약과 어려움은 작가나 미술관이나 야외 설치 전시를 선호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의 야외 조형물은 화이트큐브 작업과는 별개의 영역처럼 인식되어 별도의 작가군과 네트워크, 규칙을 지닌 하위 장르가 되었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실험하는 진지한 장이라기보다 가끔의 외도나 1% 법에 따른 생계 수단 정도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APMAP을 야외설치 프로젝트로 특정화한 데는 외국에 비해 야외 조형물의 폭과 깊이가 현격히 좁은 국내 미술계의 실정도 작용한 듯하다. 야외 설치라는 선택은 미술관을 신축 중이라 물리적으로 전시 공간이 없는 일차적 조건에서 파생된 것이겠지만, 신생 미술관으로서 타 미술관과 차별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오산, 제주, 용인, 신용산(2016) 4회 프로젝트 완료 후, 2017년 미술관 개관 이후에도 2부에 해당하는 야외 설치 프로젝트를 지속한다는 주최 측의 방침은 미개척 분야를 개척한다는 기획 취지에 설득력을 제공한다.

 

예산과 전시 기회 부족으로 야외 설치 경험이 적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독려하고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야외 조형물 장르의 부흥을 꾀한다는 원대한 계획은 APMAP의 몇 가지 특징을 결정했다. 우선, 야외 조형물에 능숙한 작가는 피한다. 경험이 많은 작가일수록 완성도 있는 작업을 만들어낼 확률도 높지만, 안전한 길은 가능성 발굴과 새로운 실험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 그런 까닭에 3회의 프로젝트를 통해 APMAP이 선택한 작가는 야외설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다수고,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선정하며, 한번 참여한 작가는 재선정하지 않고, 참여 작가는 예외 없이 신작을 제작해야 한다. (실제로 3회 프로젝트에 참여한 16팀 대부분은 야외 설치 경험이 전무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양날의 검이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업이라는 원칙은 프로젝트에 신선함과 예상외의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른다는 위험부담을 안겨준다. 실제로, 3회전에서 주최 측이 작가들에게 요구한 조건은 단 세 개였다. 구조적 안정성, 장소 특정적 신작, 관람객과의 소통. 이 주문은 실상 야외 조형물 일반에 적용되는 보편적 조건이지 구상과 제작의 범위를 제한하는 종류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최종 작들은 한편으로는 예측 가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를 배반한다.





조재영 <Moving Roads> 2015 철제 파이프, 

분체도장 220×400×550cm



 

외부 자연에 놓인다는 야외 조형물의 특성상 가장 전통적이고도 효과적인 접근법은 빛이나 바람, 조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 대중을 상대하는 작업의 특성상 개념적인 접근보다는 몸으로 즉각 감지할 수 있는 쪽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천정을 뚫어 하늘을 끌어들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실 커튼이 시야를 열었다 닫는 OBBA <오아시스>나 시점의 높이에 차이를 둬 다른 시각에서 풍경을 조망하게 하는 제로랩의 <View>는 오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이와 같은 정석적 접근은 체험할 수 있는 시각적 구조물이라는 야외 조형물의 전형적 형식에 안착한 감도 있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덜 활용되는 청각을 이용한 작업이 눈에 띈다. 일례로 인터랙티브 사운드 설치인 조성현의 <Mono Cube>는 관객이 구조물 안에 들어가서 내는 소리(음성과 발자국 등)를 시각적으로 변환시킨다. 전기 신호로 변환된 소리는 구조물의 표면을 이루는 특수 필름의 구조를 바꾸고, 이에 따라 불투명한 큐브가 순간적으로 투명해진다. 구조물 내부에 있는 관객뿐 아니라 외부에서 다른 관객의 체험을 지켜보는 사람도 공감각적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공공 조형물로서 이 작업이 지닌 매력이다.

 

시도해보지 않은 재료와 상황에 대한 실험은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수반한다. 이런 특징은 이 전시를 평가하는데 있어 여타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함을 의미한다. 3 apmaP은 완결된 하나의 전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고, 최종 결과물의 불투명한 완성도를 각오하고 기존과 다른 신작을 지원한 모험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야외 조각으로 보이는 몇몇 작업은 작가의 기존 이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테크놀로지 기반의 뉴미디어 작업을 하는 방&리가 금속 구조물을 제작하거나, 역시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반의 에브리웨어가 수동(manual)형 아날로그 인터랙티브 조형물을 제작한 것이 좋은 예다. 물론 새로운 시도들이라 미진한 점은 존재한다. 실제로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밸브 회전으로 메시지를 만드는 방식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한다거나(에브리웨어), 레버가 빡빡하고 혼자 작동할 수 없어 눈으로만 보게 된다거나(남혜연), 프레임의 간격이 좁아서 공간적 체험보다는 오브제처럼 보인다거나(조재영) . 착상에 비해 구현이 아쉬운 점은 출품작 일반에 적용되는 문제지만, 단순히 결과물만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수성이다.

 

결과적으로 APMAP은 해답을 제시한다기보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데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공공미술과 야외 조형물, 장소 특정적 설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발생한다. 야외에 놓였다는 점만으로 장소 특정성이 성립하는가? 화이트큐브를 벗어난 것만으로 공공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서 공공이란 미술가의 의도를 가리키는가 관객의 관심을 지칭하는가”(수잔 레이시) 이 미술의 관객은 누구며 미술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향후 APMAP에 기대하는 것은 이런 개념적 질문들에 대한 고민을 확장시켰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APMAP은 무수히 다양한 공공미술의 갈래 중 공공장소에서의 미술 공공공간으로서의 미술 사이에 위치해있는데, 양자는 각기 다른 태동맥락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구상과 제작 방식에 제공되는 개방성에 개념적 검토가 더해진다면 기획의 측면에서도 모색과 탐구가 깊어지지 않을까. 가지 않은 길을 나아가는 어려운 노정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한 사람의 관람객으로 남기는 제언이다.    

        


* 송지연 <Tunnel of Beauty> 2015 , 분체도장 245×350×1,0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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