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봤음직한 장면들이 눈앞에 있다. 낡은 싱크대, 오래된 집 벽, 산적한 폐자재 그리고 그 한가운데 하얗고 이질적인 모양의 오브제가 놓여있다. 일상속에서 개개인의 상황적 변화와 경험에 집중하는 민성홍은 자신 혹은 주변인들의 기록물들을 바탕으로 상호 관계성을 부각시키며 의미적 확장과 시간적 층위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인물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의 의미변형을 주제 삼아 설치, 사진, 비디오, 세라믹 형체들을 통해 상징적인 기호를 형성해 온 그가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에 전혀 새로운 작품들로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붕(Roof)’의 활용이다. 집의 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며 자체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집의 각 부분의 구조 공간과 상호 연결되어져 있는 지붕에 작가는 다양한 감성을 중첩시켜 맥락을 새로이 만든다. 전시 제목 ‘Overlapped Sensibility’는 어떤 대상이나 공간에 더해지는 감성의 재인식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는 비어있는 공간을 역설적으로 ‘가득 찬’ 개념으로 병치시킨다.
<Overlapped Sensibility: Imbued> 2015
슬립캐스팅 기록작업, 피그먼트 프린트 75×50cm
그는 400여 개의 각기 제작된 새머리 형상들을 가로 세로 4.2m의 십자형으로 교차된 형태의 지붕 구조물 안에 채우는데, 이때 지붕은 집이 위치하는 지역의환경과 밀접하게 관계되며, 인간 개개인에게 삶이라는 인생의 축소된 틀을 비유한 것이다. 지붕의 재료는 민성홍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재료들로 만들어졌고, 동시에 사람들의 거주 공간(또는 이주하여 비어 있는 공간)에 형상들을 쌓아 올린 후 촬영한 사진 기록 작업도 병행됐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설치작업과 조각, 사진 기록 작업 4점, 비디오 작업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통해 사회적 경험과 실행에 관한 보이지 않는 관계성과 영향력, 새로운 장소, 문화와의 내적 충돌 등을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 엿볼 수 있다.
· 문의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031-481-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