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해지는 영원한 사랑이야기 설화 ‘백일홍’. 선과 악, 다짐과 약속, 만남과 이별, 죽음과 환생 등 여러 상징적 소재로 구성된 ‘백일홍’ 설화를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현대예술가들이 자신들만의 상상력과 개성을 넣어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전시장의 구조를 적극 활용한 이번 전시는 작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구전 설화가 지닌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선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한 편의 백일홍 설화를 읽은 듯한 느낌을 선사해 스스로 전시의 일부가 되는 감각적 체험까지 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서동주의 외벽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며 전시는 막을 연다. 모노컴플렉스는 붉은 아크릴판으로 백일홍의 환상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윤민섭의 한가로운 바닷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백일홍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동주 <이야기들> 2015
장소특정적 설치 약 1,000×5,000cm
1층 마지막 공간에는 비극적 상황에서 여인을 구하는 청년의 모습을 팀보이드가 그려내며, 뒤이어 2층에선 김채원이 커피스틱과 오브제로 청년을 기다리는 여인의 애절함을 드러낸다. 청년과 이무기의 극적인 전투 장면을 설치로 담아낸 오유경, 붉은 돛으로 인한 오해와 비극을 그린 부지현, 비극적 결말을 석양의 이미지와 연결시킨 최성임 그리고 그 위에 핀 백일홍을 이대송이 건축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백일홍을 청각적으로 재해석한 도재명의 사운드가 전시장 전체에 울려 퍼지며, 관람객들에게 설화 재생산에 기회를 제공하는 디어데이즈의 컬러링 북으로 다각적으로 만족시킨다. 단순 일회성으로 끝나는 전시가 아닌,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 문화적 소통의 장을 꾸려온 자리에서 백일홍 이야기를 오감으로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