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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4, Mar 2016

코넬리아 파커
Cornelia Parker

심상으로 만든 비주얼 메타포

불에 탄 나무의 잔해로 이루어진 작품 '어둠의 심장(Heart of Darkness)'은 ‘2014 광주비엔날레’에 설치돼 단연 화제를 모았다. 작가 코넬리아 파커는 플로리다 산불 현장에서 가져온 나무의 잔해를 이용해 대형 설치작품을 완성했는데, 이는 삼림 관리를 위해 진행했던 동제 입화(불놓기)가 실제 산불로 번지면서 숲을 태웠던 실재에서 비롯된 산물이었다. 파커는 검게 탄 잔해들을 꿰어 육면체를 만들고 이를 천장에 매달아 숲을 되살렸고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의 1899년 소설에서 제목을 빌려와 작품 타이틀로 내걸었다. 그리고 작가는 말했다. “이 작품은 2000년 미국 플로리다의 대선 투표용지에서 이라크 외교 정책에 이르기까지 서투른 정치적 땜질들이 일으킨 나비효과에 관한 메타포이다.”1)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작가 제공

'Thirty Pieces of Silver(detail)' Photograph by Shannon Tof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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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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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코넬리아 파커는 독특한 소재와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영국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파커는 1997년 터너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고, 2014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며 한국 미술계에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발견된 오브제’를 사용해 그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파커는 평범한 오브제들에 최소한의 변화를 주고 미술관이라는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여와 본래의 쓰임새와는 다른 예술과 역사적 가치를 창조한다. 


사물과 상황의 양면성을 담아낸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감동과 환기를 선사하는 것이다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체셔주의 농가에서 자란 파커는 부모님을 도와 농장의 가축들을 돌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외롭고 따분한 시골생활에 파커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상상을 하며 지냈고, 이는 후에 그가 미술가가 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얼마 전 한 인터뷰를 통해 “현재 작가로서의 내 삶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뛰놀던 유년기와 별 다르지 않다”고 말한 작가의 말마따나 상상력과 창의력은 그가 지닌 최고의 덕목이다. 





<Cold Dark Matter> 1991 Exploded View A garden shed and contents blown up for the artist 

by the British Army the fragments suspended around a light bulb Dimensions variable




수학여행 차 열다섯 살에 처음 미술관을 방문한 파커는 미술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 후 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회화 전공으로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빛이 쏟아져 내리는 창문을 보고 그것을 캔버스에 표현하기 보다는 입체적인 형태로 제작하고 싶었다는 파커는 조각과 설치로 진로를 변경했고, 현재까지도 평면 작품 보다는 입체 작품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 재료의 변형은 파커 작업의 핵심을 이룬다. 작가는 여러 종류의 발견된 또는 재활용된 오브제들을 사용하는데, 때로는 무기고에 저장된 총이나 폭약 따위의 재료에 변형을 가한다. <차가운 암흑 물질:폭발 광경(Cold Dark Matter:An Exploded View)>(1991)에서 작가는 영국군의 도움을 받아, 테러리스트가 애용하는 플라스틱 폭탄으로 정원용 창고의 통제 폭발을 진행한 후, 그 파편을 다시 한데 이어 붙였다. 파커는 종종 퍼포먼스와 참여, 사진, 영화, 조각을 결합하며 개념적인 작업을 실행한다. 


그는 일상의 사물들,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상징적인 무게를 지닌 재료를 사용하여, 물질문화와 그 언어를 이루는 신화를 파괴한다. <서른 조각의 은(Thirty Pieces of Silver)>(1988)에서 파커는 천 개의 은제 물건을 콘크리트 도로 위에 놓고 증기 롤러로 납작하게 누른 후 이를 서른 덩어리로 나누어 전시실 바닥 위에 매달아 걸었다파커는 마치 작품이 생명을 가진 존재인 듯 여기는데 한 인터뷰를 통해 “나는 그저 방향만 잡을 뿐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어 가는 건 작품의 자유”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그는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변화하고, 예측 불허한 작품의 불시적 변형 또한 즐긴다.





<Alter Ego(Pale Reflection)> 2011 Silver plated object 25×25×35cm(CP 209 11)  




한편 그의 대표작, 산산 조각난 잔해물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차가운 암흑 물질:폭발 광경>은 마치 폭파 현장을 그린 듯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코넬리아 파커의 명성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작품은 영국군에 의해 폭파된 파커의 정원창고의 시커멓게 타버린 잔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온갖 물질들이 공중에 떠 있고, 빛에 반사된 그림자가 나머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다. 폭파 당시 정확히 어떻게 창고가 폭발될 것이며 어떤 형태의 파편을 만들어 낼지 예상 할 수 없었던 상황을 빗대어 작가는 “물질의 무의식이 탄생시킨 작품”이라고 피력한다. 


파커가 폭파 장소로 창고를 선택한 이유는 창고는 사람들의 다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더 쓸모없는,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세월과 함께 잊혀진 물건들을 모아둔 곳으로 인생의 허망함을 이야기하기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비밀이 깃들어 있는 사적인 공간을 파괴함으로써 기존의 형태와 가치로부터 변해버린 물건들과 추억들을 통해 작가는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파커는 작품을 ‘폭풍의 눈’에 비유하며 카오스 속 고요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어수선한 상황 속 일시 정지되어있는 듯한 모습은 마치 사운드 없이 전쟁영화 한편을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Black Path(Bunhill Fields)> 2013 Black patinated bronze 

340×250×9cm Edition of 2(CP 237 13) Gwangju Biennale  

 




파커는 본래 존재하는 예술품에 그만의 해석을 덧붙여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로댕(Auguste Rodin)의 키스하는 연인들을 긴 실로 칭칭 감아 재창조한 <거리>는 사랑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연인간의 깊은 사랑을 보여줌과 동시에, 줄에 촘촘히 묶여 숨이 멎을 듯 억압된 연인의 모습을 그려내며 사랑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내는데, 로맨스의 아름다움에 가려진 책임감과 속박을 실 하나를 사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코넬리아 파커는 현재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마그나카르타는1215년에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입력에 굴복하여 칙허한 법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대헌장으로, 마그나카르타의 800주년을 맞아 영국 국립 도서관(British Library)은 파커에게 작품을 커미션 했고, 파커는 마그나카르타의 내용과 의미 그리고 역사를 바탕으로 자수 설치물을 제작 중이다. 마그나카르타는 국왕의 전제를 제한하는 조항이 잡다하게 실려 있으며 전체의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사실을 살려 작가는 누구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지식과 정보를 올리고 수정할 수 있는 비전문적이고 불명료한 위키피디아가 정의하는 마그나카르타를 13미터에 이르는 자수로 만들며 파커만의 독특한 비주얼로 선보일 계획이다. 





Installation view of <The Distance(A Kiss with String Attached)> at Tate Britian, 

London 2003 Auguste Rodins The Kiss(1904), a mile of string (kiss3)




파커에게 미술은 곧 일상이다. 일상과 작업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스튜디오가 따로 있음에도 식탁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파커는 평소에 경험하는 통상적인 사건들을 사진에 담고,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는 등 일상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이런 지극히 평범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노골적이거나 강렬함과는 거리가 멀다. 파커의 작품은 조용하고 잔잔하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그의 작품 역시 시간을 두고 느긋이 감상해야 비로소 숨은 의미를 찾고,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흐르는 시간과 덧없는 인생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 차분히 전달하는 것은 그가 지닌 최고의 능력이다. 각양각색의 소재들로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지닌 작품을 창작하는 코넬리아 파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대미술에서 그의 시적인 작업들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미술가들을 ‘유랑하는 철학자’에 빗대는 파커는 미술로 교감하는 심상의 시인으로 우리가 미처 보고 지나가지 못한 일상적인 존재를 색다르게 인지하며 표현하고 있다.   

 

[각주]

1) 2014 광주비엔날레』 도록

 



코넬리아 파커

Profile of Cornelia Parker at work on Magna Carta(An Embroidery) Photograph by Joseph Turp

 



1956년 영국에서 태어난 코넬리아 파커는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거대 규모 설치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이다. 1997년 터너상(Turner Prize) 최종 후보 4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파커는 주로 폐기된 오브제와 물질들을 변형해 그것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평범한 오브제들은 그의 손을 거쳐 비범해 보이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파커는 ‘시드니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 ‘샤르자비엔날레(Sharjah Biennale)’ 등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가했으며, 1998년 서펀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개인전을 비롯, ICA 보스톤(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Boston), 발틱 현대미술센터(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 등 세계 유수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한편 뉴욕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테이트(Tate) 등을 포함 전 세계에 걸친 다수의 컬렉션에도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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