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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돌의 독백
깊게 침잠한 검은 바탕 위로 튀어나올 듯 존재감을 드러내는 돌의 초상. 성북동 갤러리 254에서 열리는, 극사실주의 회화로 주목을 받아온 윤위동의 개인전 전경이다. 돌의 결과 질감이 세세하게 살아있어 만져질 듯 실제 같지만, 사람만한 크기의 거대하고 인위적으로 포즈를 취한 듯 우뚝 선 돌탑은 현실감과 거리를 만든다. 그렇게 자신은실재의 돌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은 연기자와 같이 작가에 의해 성격이 부여된 창조물임을 항변하는 듯하다. 또 돌의 윤곽선이 미세하게 검은 바탕에 스며들며 현실과 구분되는 회화성을 더 섬세히 드러낸다. 윤위동은 70년대 후반 이후 한국화단에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극사실주의 회화의 계보를 잇는 작가이다.
2012년까지 작가는 세필로 그린 수채화로 유화가 낼수 있는 사실적 표현을 넘어서는 정교한 인물화 작업을 선보였다. 대상의 형상성과 표현기법 자체가 작품의 본질이기도 한 극사실주의 회화의 특성상, 보통 특정 대상이나표현기법에 몰입하여 꾸준히 정진하듯 작업을 하는데, 지난 6년간 수채화에서 아크릴로, 또 인물화에서 정물화로 대상을 바꾼 작가에겐 큰 변화가 있는 듯하다. 이른 나이에 얻은 미술시장의 주목과 세계 경제위기 이후 요동치는 시장의 상황이 그에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닌지 추측해보게 한다. 작가는 이 변화의 기간에 콩테, 파스텔, 유화, 금박, 퍼티, 액자 조각 등 다룰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동원해 매체 실험을 한다. 그리고 작가는 돌이라는 견고하고 안정된 물질에 천착하여 모래를 덧입히고 레진으로 돌이 화면 밖으로 돌출되도록 하며 이전과 다른 표현을 선보이고 있다.
<Monologue(a dramatic belief 1)> 2018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94cm
그러나 이렇게 대상과 기법이 바뀌어도 윤위동의 내적인 표현 기조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전시 제목인 ‘모놀로그’는 윤위동 작업의 현재를 잘 묘사하는 단어이다. 작가의시점은 근본적으로 대상과 외부가 아닌 내면에 맞춰져 있다. 이는 서구의 하이퍼리얼리즘이 주관을 배제하고 대상을 극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또는 확대해서 묘사함으로 시각적 충격과 낯섦을 주는 방식인 데 반해, 한국의 극사실주의는 전통적인 전일적(全一的)인 시선으로 대상과 나의 거리가 밀착되어 주관성이 반영된 대상으로 표현되곤 하는 점과 맥락을 같이한다. 추상회화가 주었던 1970년대 국내 미술 화풍에 대한 반발로 극사실주의가 성장했다는 배경을 생각하면, 이처럼 동양적 가치관에서 추상화와 유사한 기조로 극사실주의 화풍이 이어져 온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윤위동은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동양적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장지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돌을 그리며 바탕에 물감의 번짐을 표현하거나, 돌 위에 피어난 꽃과 나비, 새와 같은 화조화의 느낌, 돌과 모래와 물이 순환을 이루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윤회의 가치관으로 이 한국화단의 유전자를 작가의 손끝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외부세계가 아닌 내부에 있기에 외부의 대상은 인물이든 자연이든 무생물이든 하나의 시점에서 내부 구심점으로 밀려들어온다. 흥미로운 점은이전의 인물화나 이번 전시의 꽃과 새와 같은 생물보다 무생물인 돌에 더 강한 캐릭터가 부여된 점이다. ‘모놀로그’ 시리즈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주인공의 자리를 자처하고, ‘자취’ 시리즈의 수분을 머금은 돌은 부드러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이나 생명체를 철저히 대상화하는 표현에서 오는 약간의 불편함이 없기에 오히려 돌 그림에더 감정이입이 쉬운 것일 수도, 혹은 신작에서 소재로 삼은 돌의 그림에 오랜 방황의 끝에 조금 홀가분해진 작가의 마음이 미세한 균열을 뚫고 스며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만든 완전한 장면, 인고의 과정으로 만들어낸 관념의 세계에서의 독백은 이전 세대 작가들의 고뇌와 조응하며 그 흐름을 이어간다. 오랜 수행의 과정을 거친 작가에게 이제 바라는 것은 안으로 향한 구심력에 외부로 향하는 원심력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시점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궤적에 다른 궤적이 더해질 때 더 자유로운역동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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