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0원
역사적 비극을 받아들이는 예술의 태도

● 김민 콘텐츠 큐레이터 · 『동아일보』 기자 ● 이미지 작가, 가고시안, 화이트 큐브 제공

'A stream, alplapping coyly coiled um, cool of her curls' (detail) 2023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sediment of electrolysis, gold leaf and charcoal on canvas 570×380cm © Anselm Kiefer Photo: Theo Christelis (White Cube)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Artist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1. 내 가족이 살인자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 범인의 가족을 인터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부모는 ‘자식을 잘못 키워 죄송하다’고 머리 숙여 사죄하고, 어떤 가족은 ‘그 아이는 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다’며 항변도 한다. 두 답변의 차이점은 말의 목적에 있다. 사죄하는 이는 본인이 어떻게 느꼈던, 우선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사회를 생각하며 답변을 한다. 항변하는 이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고려하기 전에, 본인이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말로 전한다.

물론 살인자의 유형도, 가족과의 관계도 천차만별이기에 두 가지로 분류하기엔 너무 단순하다. 그럼에도 세상에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태어난 악마는 없다는 믿음을 갖고, 항변하는 사람의 입장을 좀 더 차분히 이해해본다. 가족이 매일 보았던 그 살인자는 극도로 폭력적이고 불안정하지만 떼어버릴 수 없는 애증의 존재였을 것이다. 한 순간 악마가 되어버린 자식에 대한 연민. 악마와 불쌍한 인간 사이 간극이 모두가 비난하는 가운데 세상에서 유일할 항변을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내 자식은 세상이 말하는 그런 악마는 아니다”라고.



<Arsenal> 1970-2023 Industrial racks 
with elements of steel, lead, zinc, glass, wood, plaster,
 resin, terracotta, rocks, ashes, charcoal, paper, 
cardboard, fabric, straw, earth debris, plant residue, oil and
acrylic paint, shellac, sediment of electrolysis 
and annealed wires 900×900×900cm 
© Anselm Kiefer Photo: Theo Christelis (White Cube)



2. 지옥에서 태어난 악마

프로파일러 K를 만난 일이 있다. 연쇄살인범을 수차례 상대했다는 K는 프로파일링을 할 때 어느 쪽에 앉을 지까지도 미리 정하고 들어간다고 했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자백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올라간다. 어느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릴 적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고, 고아원에서 자라 소매치기 말고는 배운 것이 없었던 그는 가족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10억을 모으면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 살인을 저질러 악마가 되었다.

그러나 태어난 세상이 지옥이었고, 그것을 벗어날 방법을 배울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K에게 “범죄자의 삶에도 불쌍한 면이 있다”고 했더니 그는 화들짝 놀라며 “절대 그렇지 않다. 전부 나쁜 놈들”이라고 답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튀어나온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K는 그 누구보다 살인범의 마음속에 들어가야 할 사람일 텐데. 그도 때로는 악마들의 마음에 감정 이입하며 고통을 받았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더욱 단호하게 ‘나쁜놈들’이라고만 한 것 같았다.



<Dein aschenes Haar, Sulamith (Your ashen hair, Shulamith)> 
1981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straw, 
and charcoal on canvas 150×253cm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 Anselm Kiefer Photo: Georges Poncet



3. 내 안에 악마는 있을까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는 지난해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닭을 죽였을 때 느낀 감정을 털어놨다. “지금도 흙을 가로질러 흐르는 (닭의) 피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았고, 정말 너무나 놀랐다. 그때 닭을 죽여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저지른 일임에도 말이다. (허락받고 살생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내 안에 악마를 발견한 것 같았다.”

키퍼의 가고시안 홍콩(Gagosian Hong Kong) 개인전 <닫힌 정원(hortus conclusus)>에서 <너의 잿빛 머리칼, 슐라미트(Dein aschenes Haar, Sulamith (Your ashen hair, Shulamith))>(1981)를 보고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를 떠올린 건 이 코멘트 때문이었다. 키퍼가 태어나고 자란 동독은 제2차 세계대전에 자행된 집단 살인 가해자들의 나라였다. 그 가해자들에 대한 응징으로 쏟아진 무수한 폭격의 잔해 더미에서 그는 자랐다.

키퍼가 갓난아기였을 때 가족들은 폭격의 거대한 굉음으로부터 연약한 아가의 귀를 보호하기 위해 왁스를 발라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이 일화를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려는 오디세우스’에 비유했다. 한 번 듣고 나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세이렌의 노래. 키퍼에게 그 노래는 독일 나치의 어두운 핏빛 역사였다. 키퍼가 24살인 1969년 발표한 ‘점령’ 시리즈에서, 사진 속 키퍼는 아버지의 베어마흐트(나치 독일군) 군복을 입고 나치식 경례를 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들(독일인)의 끔찍한 잔혹성을 뒤늦게 알게 된 그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물었다.

‘내 안에도 그런 악마의 씨앗이 있을까?’ 닭을 죽이는 아이. 텅 빈 들판에서 나치 경례를 하는 청년.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폭력성과 이기주의는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내 목숨이 위태로운 극단의 상황에 놓일 때,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등장한다. 나치 역사를 되돌아보며 키퍼의 작업은 관람객에게도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그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과연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인가?”



<Wheat field with reaper> 2014
 Emulsion, oil, acrylic, shellac, gold leaf, sediment of 
electrolysis, fabric, steel, cauterized wood, 
and charcoal on canvas 280×380cm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 Anselm Kiefer Photo: Georges Poncet



4. 검은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인 시인 파울 첼란(Paul Celan)은 독일어로 시를 썼다. 학교에서 히브리어로 교육을 받았지만, 독일 문학을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에서 독일어를 썼다. 그런 그의 부모는 독일인에 의해 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한다. 그 후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뒤에도 첼란은 독일어로 시를 썼다. 그의 시 <죽음의 푸가(Todesfuge)>를 키퍼는 여러 작품에 활용했다.

‘새벽의 검은 우유 당신을 우리는 밤을 들이켜네// 우리는 들이켜네 당신을 아침에도 한낮에도 우리는 들이켜네 당신을 저녁에도// 우리는 들이켜고 들이켜네// 한 남자가 그 집안에 사네 그는 뱀들과 노네 그는 쓰네// (…) 죽음은 독일에서 온 거장 그의 눈은 파랗지// 납총알로 그는 당신을 관통하네 정확하게 관통하네// (…) 너의 금빛 머리칼 마르가레테여// 너의 잿빛 머리칼 슐라미트여’

키퍼의 작품 <슐라미트>에서 아리아계 독일인을 연상케 하는 마르가레테의 금빛 머리칼은 슐라미트의 잿빛 머리칼과 뒤엉킨다. 불에 그슬려 눌러 붙은 듯한 형상은 들판의 한 가운데 입을 쩍 벌리고 있다. 그 가장자리에는 불꽃이 타오르며, 나머지 들판도 삼킬 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잔혹한 역사의 검은 우유를 마시는 것은 유대인만이 아니다. 귀를 틀어막은 채 세상을 보아야만 했던 20세기 후반의 독일인들도 매일 같이 검은 우유를 들이켜고 있었다. 나치의 비극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참회와 사과를 이어갔지만, 극우주의와 포퓰리즘의 망령은 여전히 대륙을 떠돈다. 과거의 나치는 악마였고 우리는 다르다고. 혹은 악마는 우리가 아닌 저들이라고. 세상에 정해진 악마가 있는 것처럼 구분 짓는 잣대를 들이대며, 다시 뱀을 갖고 노는 남자를 소환할 때를 노리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Anselm Kiefer: hortus conclusus>
 2023 Courtesy Gagosian
 Photo: Martin Wong Artwork © Anselm Kiefer



5. 폐허는 종말이 아닌 시작이다

그런 가운데 키퍼가 제시하는 것은 결국 폐허다. <슐라미트>를 비롯한 회화 작품이나 회색빛 납, 유령 같은 옷, 망가진 비행기 등을 이용한 설치 작품을 통해 그는 매혹적인 폐허를 열어 보인다. 그러면서 그 폐허는 종말이 아닌 시작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때의 믿음을 바탕으로 쌓아 나갔던 무언가를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것. 그 파괴 속에서 우리는 과거에는 옳았던 믿음이 흐르는 시간 속에 낡아서 맞지 않게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그 믿음에 너무 매몰되어 발견하지 못했던 허점들도 알아차릴 수 있다. 폐허가 시작이 될 수 있는 건 결국 인간은 결코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 세상에 악마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궁지에 몰리면 악마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반추할 때 가능하다.

가고시안 홍콩 가장 깊은 곳에 전시된 <성 안토니오의 불(Ignis Sacer)> (2016)은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을 일으키는 맥각 곰팡이를 소재로 한다. 맥각 곰팡이는 곡식에 기생해 자랐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 그 곡식으로 만든 빵을 먹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작품의 소재와 달리 그림은 황홀하게 아름다운 수변 풍경을 담고 있다. 화려한 것 뒤에는 언제나 추한 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한다는 것처럼. 지난 해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의 가장 찬란한 방에 그가 회색빛 폐허를 열어 보이며, “모든 것은 불에 탄 다음에야 약간의 빛을 발할 뿐”이라고 말하며 모든 것이 한낱 먼지에 불과함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적으로는 단죄와 처벌이 유일하게 옳은 해결책이다. 예술은 이분법적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천차만별의 잣대로 흘러가는 인간사와 삶을 탐구한다. 그것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폐허를 열어 보이며, 무수한 순환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한다. 키퍼는 하늘 위 무수한 별과 우주의 폐허 아래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의 겸허한 찬란함을 내세우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키퍼를 비롯해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같은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은 비극적인 역사가 주는 아이러니의 수혜를 입고 훌륭한 예술을 선보였음을 깨닫는다. 독일 못지않은 굴곡진 역사를, 심지어 끝나지 않은 분단이라는 상처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도 폐허를 직시하고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예술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PA



Portrait of Anselm Kiefer 
© Anselm Kiefer Photo: Waltraud Forelli



작가 안젤름 키퍼는 독일 도나우싱겐에서 태어나 1992년부터 프랑스 파리와 바르작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칼스루에 미술대학교(Academy of Fine Arts in Karlsruhe)에 입학하기 전 법과 문학, 언어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뒤셀도르프 미술대학교(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지도하에 수학했다.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서독 파빌리온 대표 작가로 선정됐고, 이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Städtische Kunsthalle Düsseldorf),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 영국 런던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