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99, Dec 2014
거울 속 거울 속 거울 속 거울
a Mirror in the Mirror in the Mirror in the Mirror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계모 왕비가 묻는다. 거울이 그를 비추다가 이내 일곱 난장이에게 둘러싸인 백설공주를 비추고, 이에 왕비는 격분한다. 최근 현대카드가 선보인 16번째 프로젝트 ‘프렐조카쥬 발레단(Ballet Preljocaj)’의 'Snow White'의 한 장면이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그림형제의 동화 백설공주(Snow White)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고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에서, 거울 속의 세상은 ‘슬로우 모션’으로 묘사된다. 진짜 거울 대신 막이 위치하고, 방금 무대 위에서 재현됐던 연기가 막의 이면에서 같은 디테일을 지녔지만 늘어진 시간성으로 재연된다. 거울 안과 밖의 세상이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또 같은 모습에 관람객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위치하는 오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거울의 매커니즘을 차용해 왜곡된 거울 이미지를 공연에 효과적으로 제시한 경우다. 이렇게 거울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왜곡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예술작품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거울 자체 그대로 작품 안에 들어오는 경우, 매커니즘이 차용되는 경우, 혹은 거울의 반사적 이미지가 재현되는 경우 등 그 방식 역시 다양한데, 이것은 비단 오늘, 내일만의 일도 아니다.
● 기획 · 글 문선아 기자
제프 헤인 'Mobile Mobile' 설치전경 2010 운동용 자전거, 강철 구조물, 운전용 체인, 거울 가변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