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8, May 2017
강용면
Kang Yong Meon
과거를 다시 새기는 지혜
19세기, 그리스 대리석 조각이 본래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는 연구 결과는 많은 이에게 충격이었다. 재료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조각의 오랜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함’으로 극찬 받는 그 대리석 위에 칠해진 알록달록한 색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심일까.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해의 점철이었음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허나 이제 조각 위의 채색은 낯설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강용면이 처음 나무에 채색을 했을 때만해도 보편적이지 않았지만 그는 수 십 년간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관념에 맞서 작업했고, 전통에 현대라는 옷을 입힐 새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에도 부침은 없었다. 그 안에 뿌리박은 든든한 뼈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한소영 기자 ● 사진 서지연
'온고지신-문' 2007 Pc, LED, 놋쇠 310×210×15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