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73, Feb 2021
김상연
Kim Sangyeon
존재의 심연으로부터
물과 공기의 호흡으로
최근의 기후변화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팬데믹은 ‘인류세(Anthropocene)’와 ‘자본세(Capitalocene)’의 위협적 징후이자 결과이다. 조금씩 좁혀오는 자연의 역공은 예측불허의 미래를 사유케 한다. 인류의 먼 선조로부터 기인한 수확물의 축적과 잉여 그리고 교환에 의한 경제의 탄생 이래, 탐욕은 자가 증식을 거듭하고 고도화하여 지금의 위기를 마주하게 했다.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자연을 극복하고 조율하려했던 욕망은 거대한 우주 생태계 내 지구인 관점의 역사를 생성했다. 시점과 속도가 달랐더라도, 산업화의 틀거리를 관통한 지역은 예외 없이 ‘대량생산과 소비’의 풍요로운 행복이라는 최면에 걸렸다. 예술 역시 이 지난한 탐욕의 역사에서 신을 위해, 왕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위해, 자본을 위해 그리고 또 다른 권력을 위해 봉헌하면서 ‘예술 되기’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되기의 여정에는 어김없이 자연과의 공명이 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공명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존재의 심연을 파고드는 예술가는 오랜 인류의 거침없고 이기적 개발 방식에 경종을 울리곤 한다. 지구 행성 본연의 질서이자 인간을 이루는 환경으로서 자연은 예술의 첫 목표이자 마지막이며, 곧 장자(莊子)의 ‘혼돈(混沌)’ 속 한 세계이다.
● 박남희 미술평론가 ● 이미지 작가 제공
'Disentanglement' 전시 전경 2010 마이클 슐츠 갤러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