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0, Sep 2016
김지은
Kim Ji Eun
도시풍경의 재조합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대해 사람들은 각기 다르게 인식한다. 바라보는 이의 환경, 심리, 지식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관점이라는 것 때문이다. 하나의 이슈에 관해 사회가 들썩거릴 정도로 이견이 발생하는 일 또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예술에는 사회를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기존의 논의를 전복시키는 힘이 있다. 고쳐 말하면, 예술가의 역할이란 곧 세상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담은 작업을 낳는 것일지 모르겠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주변을 관찰하고, 그 풍경에 숨겨진 의미와 구조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은 김지은 작업의 핵심이다. 익숙한 일상의 도시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서로 다른 나이, 성별, 직업, 교육수준 등에 따라 도시를 파악하는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한 도시를 이루는 구성원이자 예술을 업으로 삼는 작가로서 김지은은 ‘예술가의 역할’에 관해 꽤 긴 시간 동안 고민해왔다. 2005년 시작한 ‘무지개떡 프로젝트’ 연작은 작가로서의 태도를 결정하게 한 중요한 작업이다. 김지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가 된 도시의 건축 환경 그리고 그것이 빚어내는 풍경을 보여주는 일도 이때부터 시작했다. 공사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방진막이 실상은 법에 따라 규정된 설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매일을 사는 공간 안에 자신이 모르는 세계가 있음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지적법(地籍法), 전기통신사업법 등 언뜻 대체 이게 미술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은 법령들이 그에게는 또 다른 영감으로 작용했다.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스치던 시설물들이 대부분 이러한 법규에 의해 강제되는 의무사항이기에 거의 모든 풍경과 법이 얽혀있고, 생각보다 가까이에 법이 존재함을 깨닫는 것은 시각예술 교육과정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또다른 지식이었다.
● 이가진 기자 ● 사진 작가 제공
'진개덤프' 2011 시트지, 프린트 콜라주 280×58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