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2, Nov 2016
부드러운 집으로의 초대
Australia
'Close to home'
Dobell Australian Drawing Biennial 2016
2016.7.30-2016.12.11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주립미술관
초상화가 윌리엄 도벨(William Dobell)은 호주 미술의 발전을 위해 재단을 설립해 달라는 뜻을 밝히고 자신의 재산과 작품을 뉴사우스웨일스주에 기증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1971년 설립된 윌리엄 도벨 미술재단(Sir William Dobell Art Foundation)은 전시, 출판, 교육, 공공미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예술분야를 후원해왔으며 이러한 후원사업의 일환으로 1993년에 ‘도벨상(Dobell Prize)’을 제정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립미술관(이하 AGNSW,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매년 개최되던 도벨상은 최종 선정작들을 전시하고 이중에서 단 한 명의 수상자를 가리는 일종의 공모제도로서 도벨재단의 중요한 연례행사이기도 했다. 도벨상을 제정한 근본적 이유는 드로잉을 중시했던 도벨의 뜻을 기려 호주예술가들의 드로잉과 데생 실력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작품을 위한 준비단계로 인식되었던 드로잉이 현대미술에 이르러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듯이, 도벨상 역시 드로잉의 전통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많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재료와 기법에 있어서 크게 제한을 두지 않았다. 드로잉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허용하는 방침 덕에 참여 작가들은 단순히 사물을 모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로잉의 형태와 의미를 다양하게 발전시켰다. 도벨상은 호주현대미술에 있어서 드로잉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식상한 제도라는 비판도 있었다. 오랜 고심 끝에 도벨재단과 AGNSW은 2012년을 끝으로 도벨상을 폐지하고 기존의 방식을 변경하기로 발표했다. 비엔날레 형식으로 2년에 한 번씩 행사를 개최하고 공모제가 아닌 기획전 형식으로 변경하여 시상보다는 주제의식이 있는 전시에 더욱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 이름하여, ‘Dobell Australian Drawing Biennial.’
● 김남은 호주통신원
Catherine O'Donnell 'Inhabited Space' 2015-2016 Charcoal on paper, charcoal wall drawing 340×990cm(overall) Collection of the artist ⓒ the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