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97, Oct 2014
미술관 속 동물원
Zoo in Art Museum
현재 대만에서 선보이고 있는 ‘2014 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14)’ 연계행사로 열린 한 포럼에서 일본 출신의 작가 시마부쿠(Shimabuku)는 혹독한 질답(Q&A) 시간을 거쳐야했다. 그는 '나의 거북 선생'(2011-2014)이라는 작업에서 살아있는 설가타 육지거북(Sulcata tortoise)을 전시장 안에 배치시켰고, 여기서 ‘동물윤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강한 조명처럼 자연 상태와는 사뭇 다른 전시장의 환경이 야생거북에게 좋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일었다. 여기서, 일을 보다 크게 만든 것은 작가가 취한 태도였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전시장을 방문해 밥을 주고 거북의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거북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강한 조명과 쾌적한 전시장 내부 환경이 “스위트룸과 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농담 섞인 어조처럼 말해 관람객들의 반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처음 비판을 제기했던 예술전문 매체 기자에게, 동물보호단체가 아니라 예술전문 매체에서 온 것이 맞느냐고 확인한 부분도 관람객들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 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작가는 이내, 그 거북은 애완거북으로, 야생거북을 구할 수 없어 대체했다고 밝혔지만, 이로써 작업의 진실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기획 · 글 문선아 기자
'PIERRE HUYGHE'(2013.9.25-2014.1.6, Centre Pompidou) 전시전경 ⓒ Philippe Migeat, Centre Pompid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