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3, Apr 2020
휴머니즘을 넘어서
France
Human Learning Ce que les machines nous apprennent
2020.2.5-2020.4.17 파리, 주프랑스 캐나다문화원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채, 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외톨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히키코모리’라 부른다. 로봇을 연구·개발하는 기업 ‘오리 랩(Ory Lab)’의 CEO, 켄타로 요시후지(Kentaro Yoshifuji) 역시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였다. 그는 어렸을 때 몸이 허약해 학교에 가지 못했고, 그래서 주변에 친구들도 없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졌고, 그렇게 그는 자연스레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절대고독의 늪에서 방황하던 소년은 결국 자신의 아바타가 되어줄 로봇을 만들기에 이른다. 약 20cm 높이의 작고 앙증맞은 [오리히메(OriHime)]는 원격제어형 기계로,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움직여주는 일명 ‘분신 로봇’이다. 결코 사고력이 뛰어난 인공지능형 로봇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인 자아를 투영한 오리히메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방과 집 문턱을 넘어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요시후지 대표는 자신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로봇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한다.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실제로 그가 구현해낸 것은 인간을 대체할 복제물도,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도 아닌 인간의 자아 확장을 목표로 한 ‘포스트휴먼(Posthuman)’이기 때문이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 이미지 Centre Culturel Canadien 제공
Sabrina Ratté 'Alpenglow' 2018 Inkjet print, projection 115×150cm © Ellephant Gallery, Montreal and Charlot Gallery,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