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96, Sep 2014
장소의 정신_포스트 모더니즘적 샤넬 읽기
The Sense of Places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인간은 언제나 어느 시간과 장소를 점유한다. 그리고 그 물리적 점유로 인해 인간이 되돌려 받는 것은 그 장소와 시간이 가진 영향력이다.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쩌면 장소와 시간이라는 환경이 개개인의 삶을 결정해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삶의 시간과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한 발자국씩 먼저 앞서 나가던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또 다시 길게 흘러버린 장소와 시간을 타고 이제는 ‘희고 검은 까멜리아 꽃’으로 부유함과 여성스러움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 이름은 샤넬. 고전(classic)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브랜드가 사실은 여성을 옥죄던 코르셋을 집어던지고, 의복에 사용하지 않던 검은 색을 일상 패션에 도입하고, 남성 팬티의 소재로만 사용되던 저지를 과감히 고급 겉옷소재로 탈바꿈 시킨 여성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커다란 아이러니함을 맛보게 된다. 어쩌면 그는 고전의 반대에 있는 키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한 예술이 시간이 지나 미술관에 들어가면 고전이 되어버리듯, 그의 디자인 역시 이제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보다 더 다각적인 시각에서 그를 읽어 볼 필요가 있다.
● 기획 · 글 문선아 기자
샤넬의 칼 라거펠트 '하이디 마운트와 함께 한 샤넬 봄/여름 레디-투-웨어 컬렉션 광고' 2009 사진 파리, 샤넬 컬렉션 ⓒ CHANEL/photo Karl Lagerf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