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46, Nov 2018
사랑, 세상을 움직이는 그 힘에 대하여
France
Gaëlle Choisne, TEMPLE OF LOVE
2018.9.15-2018.12.15 파리, 베통살롱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는 [세상의 근원(L’origine du monde)]이란 파격적 작품 한 점을 세상에 남겼다. 이름 모를 한 여성의 음부. 프랑스 사실주의의 거장이란 화려한 명성에 걸맞게 화가는 여성의 성기를 극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모델의 팔다리를 모두 잘라내고, 캔버스 전체에 주요 부위만 담아내는 과감한 화면구성을 선보였다. 이만하면, 작정하고 내놓은 희대의 문제작이다. 쿠르베가 타계한 지 한 세기가 훨씬 더 지났지만, 가로・세로 50cm 남짓한 이 작은 캔버스 앞에 선 사람들은 여전히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실제인지, 허구인지 알 길이 없으나, 지금까지도 작품 탄생에 얽힌 비화부터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를 두고 온갖 추측들이 무성하다. 소설 작가, 크리스틴 오르방(Christine Orban)은 쿠르베가 이토록 낯 뜨거운 작품을 남기게 된 연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짐작한다. “지금껏 남자들이 절대 그리지 않았던 그것, 자신들이 잉태되고 태어난 곳, 보물과도 같은 그곳을 인류에게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라고. 외설과 예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꽤 그럴듯한 이야기다. 애당초 작가가 흥미로워했던 것은 세상의 근원지(place)가 아니라, 근원(source)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르방 소설의 원제는 ‘나는 세상의 근원이었다(J’etais l’origine du monde)’이다.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사진 Bétonsalon 제공
Gaelle Choisne 'TEMPLE OF LOVE'(détail) 2018 Courtesy Bétonsalon - Centre d’rt et de recherche, Paris Image ⓒ Aurélien M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