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36, Jan 2018
성능경
Sung Neungkyung
가치의 폐기처분
Ⅰ.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왕성하게 퍼포먼스를 하는 현역의 원로작가 성능경을 주목해 보자. 그는 1974년에 첫 이벤트를 했다. 이벤트란 용어를 알지도 못 한 채 행위를 수행했던 것. 197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제3회 [S.T]전에서 열린 [신문 1974.6.1 이후]란 작품은 단지 ‘이벤트’란 용어를 붙이지 않았을 뿐, 사실상 국내 최초의 이벤트에 해당한다. 이제까지 한국미술사에 이벤트란 용어를 사용하여 행위를 한 작가는 이건용으로 기술돼 왔다. 이건용은 1975년 4월 19일, 백록화랑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동일면적]과 [실내측정]이란 제목의 이벤트를 행한 바 있다. 이 때 이건용은 자신의 행위가 ‘이벤트(Event)’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선언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사상 첫 이벤트 작가로 기술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성능경은 이보다 1년 전인 1974년에 이벤트를 한 실질적인 첫 이벤트 작가이다. 성능경의 첫 이벤트 [신문 1974.6.1 이후]는 전시가 열리기 두 달 전부터 신문을 오리는 행위로부터 시작한다. 집에 배달된 신문의 기사를 매일 오려서 기사 내용은 사각의 흰색 투명 아크릴 박스에 담고, 신문의 여백 부분은 파란색 아크릴 박스에 담는 분리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이 두 개의 박스들은 8면의 하루치 신문이 펼쳐진 채 부착된 전시장 벽 앞에 나란히 놓여졌다. 성능경은 전시기간 동안 매일 새로 나온 신문을 가져와 전시장 벽에 붙이고 기사를 오리는 작업을 수행했다. 전시장에서 그날의 신문을 사다 벽에 붙여놓고 면도칼로 기사를 오리는 ‘행위’를 한 것이다.
● 윤진섭 미술평론가 ● 사진 작가 제공
'세계전도' 2017 '아시아디바: 진심을 그대에게'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