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1, Oct 2016
부유하는 섬들, 산개하는 공공미술
Japan
Setouchi Triennale
2016.10.8-2016.11.6 세토나이카이 내해
세토나이카이는 일본열도의 혼슈, 시코쿠, 큐슈의 커다란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 최대의 내해로 파도가 없고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을 통틀어서 ‘세토우치’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은 이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이제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예술의 섬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한해 40만이 넘는다고 하니 베네세(Benesse) 기업의 테츄히코 후쿠다케(Tetsuhiko Fukutake) 대표가 1985년부터 세웠던 꿈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베네세 하우스를 시작으로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을 건립하였고 ‘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는 2010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필자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우노항에서 나오시마로 들어가는 배편을 두 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세토우치 내해에 있는 섬에 사는 인구를 모두 합쳐봐야 4,000명이 채 안된다고 하는데, 이들 섬 주민들에게 피해가 될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트리엔날레 사무국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계절별로 시즌제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올해는 봄 시즌 3월부터 4월까지 29일간, 여름시즌은 7월 18일부터 9월 4일까지 49일을 개최하였으며 가을시즌은 10월 8일부터 11월 6일까지 30일간 열릴 예정이다. 어쩌다 일본의 세토나이카이 내해에 이런 기이한 일이 벌어졌는가? 현대미술의 전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960년대 중반 일부 개념미술가들은 자연과 대지를 예술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대지미술’을 발전시켰다. 대부분의 대지미술 작품들은 거대한 스케일로 자연 속에 위치하기 때문에‘장소특정적’인 작업을 구현했으며 자연과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화이트큐브를 기반으로 하는 미술관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작업을 수행하고 이를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을 전시공간에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대지미술가들의 실험은 미술공간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술관 건축은 보다 스펙터클한 작품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장소특정적인 작업을 발전시킨‘상황미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의 인젤홈브로이(Museum Insel Hombroich)같은 미술공간은 자연 속에 위치한 다양한 건축물을 산책하면서 관람할 수 있는 첫 번째 미술공간으로 등장했다. 특정작가의 작품을 위한 별도의 전시공간을 건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지은 지중미술관이나 이우환 미술관으로 연결된다.
●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Lin Shuen Long 'Beyond the Borders - Tide' Photo: Yasushi Ichik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