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18, Jul 2016
이광호
Lee Kwang Ho
붓으로 대상을 만지다
수면에 부서지는 햇빛을 본다. 물방울과 빛이 만나 알알이 부서지는 듯한 광경을 보고 있자면 멀리서도 손을 뻗고 싶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손을 대는 순간, 그 빛은 흩어지고 물의 촉감만 남는다. 만지는 것은 육체적 접촉을 기반으로 한 감각적 경험이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느낌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촉각’은 다른 감각보다도 본능적이고, 세계의 표면뿐 아니라 본질에 가 닿게 한다. 이광호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터치’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는 '터치'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고, 관람객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만져보고 싶다’고 반응하는 것을 최고의 찬사로 여긴다. 실제로 그의 스튜디오 한쪽에는 붓들이 가득하다. 물감이 뭍은 붓부터 포장도 뜯지 않은 새 붓이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해외에 나갈때마다 화방에 들러 처음 보는 붓이 있으면 꼭 구입하고, 붓끝이 뭉툭해지면 자신의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아 금방 바꾼다. 그가 붓에 이토록 애착을 보이는 것은 바로 대상과 작가가 만나고 교감하는 통로가 바로 붓이기 때문이다. 매혹적인 대상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게 되는 것처럼, 이광호는 붓을 들고 그리기 시작한다.
● 이가진 기자 ● 사진 서지연
'그림풍경'전(2014.12.16-2015.1.25, 국제갤러리) 설치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