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8, Sep 2015
이선행
Lee Sun Haing
지극히 개인적인 그래서 더 현실적인
PUBLIC ART NEW HERO
2015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Ⅲ
이선행의 작품에는 ‘이불’과 ‘잠’이 자주 등장한다. 인간의 지극히 사적이고 보편적인 행위인 ‘잠’과 그 행위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이불’. 작가에게 이불은 사람이 나고 죽을 때까지 어쩌면 친구, 애인, 가족, 심지어 종교보다도 자기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가장 밀접한 관계 수단이다. 이를 통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불안한 심리상태를 파고드는데, 주로 사람들이 쓰다 버린 이불을 수거해 사용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고유한 채취와 사용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불 자체가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이 담긴 오브제라 여긴다.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인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광경은 모두 주변인 등 실제 모델을 섭외해 라이프캐스팅 한 것이다. 그는 인물을 그대로 만들기보다는 신장과 몸집 등에 약간씩 차이를 두어 모델의 주체는 익명으로 남긴다. 작업과정은 이러하다. 모델의 발을 캐스팅, 사실적으로 채색하고 그 후 뼈대를 제작해 스티로폼으로 전체적인 인체 덩어리를 잡는다. 여기에 이불을 덮으면 완성인데, 보통 인물상 하나에 2~3주의 제작 기간이 걸린다. 작가는 최대한 실제 인간과 유사하게 묘사하는 것이 사실과 현실을 동시에 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기기 때문에 극사실 표현을 즐긴다. 그런 의도가 맞아떨어져 사실적인 형태와 색감은 현실을 실감 나게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 백아영 기자 ● 사진 서지연
'계모임(부분)' 2014 의류수거이불, 혼합재료 194×160×14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