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8, Sep 2020
이은선
Lee Eunsun
필연과 직관의 교점
PUBLIC ART NEW HERO
2020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새하얀 종이 위에 콕, 콕, 콕, 동그란 점들이 찍힌다. 하나의 점에 닿아있던 펜촉의 끝은 이윽고 다른 점을 향해 거침없이 이어진다. 몇 번의 반복으로 연결된 선들은 크거나 작거나, 곧거나 비뚤어지거나, 온전하거나 찌그러진 삼각형의 모양으로 종결된다. 학창 시절 즐겨 하던 ‘종이 땅따먹기’ 놀이는 이은선의 작업 모티브(motive)이자 시작점이다.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찰나를 포착하고 공간을 형성하는 과정 속 남겨진 흔적을 쫓는 그는 자신이 소유한 삼각의 영역을 딛고 올라 견고하고 영리하게 작업 방식을 구축해나간다. 도형의 근간을 이루는 점, 선, 면은 우연한 엇갈림과 연결의 통로를 거쳐 필연적인 형태를 구성하고, 직관적이고 추상적인 선택적 색채를 부여받아, 공간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시간을 쌓아나간다. 시간과 공간은 인간의 선천적인 직관 형식이며, 모든 사유와 인식의 필연적인 매체다.* 필연과 직관의 교점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은선의 작업은 인간의 가장 내재적이고 심리적인, 잠재된 서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 김미혜 기자 ● 인물사진 박희자 작가
'방향상실(Disorientation)' 2017 pvc 비닐, 거울 아크릴 가변 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