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2, Mar 2015
연필, 그 찬란한 이름
A Pencil, Glorious Contribution to art
시대를 거듭할수록 다양화되고 무궁무진하게 영역을 확장하는 미술의 매체와 재료, 특히 ‘쇼크 밸류(Shock value)’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시각적으로도 재료적으로도 충격적으로 시선을 끄는 현대미술의 화려한 작품들 속에서, 어쩌면 소박한 수단인 연필을 이용한 연필화의 바람이 거세다. “연필선에는 음이 있다. 저음이 있고 고음이 울리며 슬픔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연필선에는 색이 있다. 색이 있는 곳에는 따스함과 슬픔, 기쁨, 고독이 함께 한다. 연필선에는 리듬이 있고 마무리가 있고 살아있는 생명 속에서 흐르는 미세한 맥박과 울림을 포착할 수 있다. 연필에는 시가 있고 철학이 있다.” 60여 년 동안 연필화에 몰두한 원석연은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그렇다. 연필은 작고 단순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가능성과 미술에서 떨친 영향력은 놀랍도록 넓다.
● 기획·진행 백아영 기자
김범중 'Sea of Distortion' 2014 장지에 연필 120×16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