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7, Apr 2017
예술이 된 저항의 흔적들, 그것은 아직 유효한가?
France
L'esprit français: Contre-cultures 1969-1989
2017.2.24-2017.5.21 파리, 메종 루즈
늘 기발한 전시를 선보이는 메종 루즈(La maison rouge)가 이번에 주목한 주제는 ‘프랑스 정신 (l’esprit français).’ 그리고 그 정신을 찾기 위해 깊숙이 들여다본 곳에 반(反)문화가 있다.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가장 활발했던 1969년부터 1989년까지의 역사를 기반으로 꾸려진 이 전시는, 그 시기에 관해 알지 못하면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필자 역시 하나씩 새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때론 전시장의 프랑스인을 붙잡고 물어가며 그 시기를 어렴풋이나마 더듬어보았다. 작품을 둘러보던 마리-뤼시(Marie-Lucie)에겐 단도직입적으로 ‘과연 프랑스 정신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 그는 “Contestataire”라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반체제의, 기성 질서·이념을 비판하는 자’를 뜻하는 이 단어만큼 그 정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뉴스로 자주 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식이 ‘파업’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지적하고 비판하는 프랑스인들. 절대왕정 시대를 무너뜨리며 시민사회를 세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 이어지는 프랑스 정신은 현대에도 그 힘을 유지하고 있다.
● 임정현 프랑스통신원 ● 사진 la maison rouge 제공
Installation view of 'L'esprit français: Contre-cultures 1969-1989'(2017.2.24-5.21) at La Maison Rouge, Paris ⓒ Marc Do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