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83, Aug 2013
정정엽
Jung yeob, Jung
불안을 불안해하지 않기
인생의 선배와 대화하면 항상 많은 것을 배운다. 정정엽과의 만남 또한 기자에겐 그런 것이었다. 그녀가 살아온(혹은 극복해 온) 시간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 궤적을 이룬다. 그 중에서도 항상 비주류, 타자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미술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굉장히 작은 체구에 자유로운 패션 감각. 까무잡잡한 피부에 숏커트, 서글서글한 눈, 다부지게 다문 입술. 비유하자면 작고 단단한 까만 콩 같은 인상, 바로 그것이 정정엽의 첫인상이었다. 그리곤 언젠가 본 「은자의 나라」란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사진집이 떠올랐다. 거기서 본 조선의 아낙은 막연히 가지고 있는 ‘연두빛 저고리에 다홍치마’라는 전형적이라는 이미지를 여지없이 부숴버리는, 젖가슴을 당연하게 드러내며 아이를 업고 있는 까무잡잡하게 탄 여성이었던 것이다.
● 안대웅 기자 ● 사진 서지연
'축제' 캔버스에 유채 112×112cm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