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2, Mar 2015
조소희
Cho So Hee
예술가의 수도(修道):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이 세상이 아닌 어디론가 이끌 것 같은 새하얀 계단을 올라가면, 1층에도 2층에도 속하지 않는 곳에 (혹은 그 두 곳 모두에 속하는 곳에) 오롯이 선 집 모양의 누각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역시 하얗게 내부가 칠해진 방에 들어서면 그 순백성을 강조하는 형광등 아래로 테이블과 그 위에 요리지와 종이냅킨으로 만든 흰 책 한 권이 놓였다. 각장마다 써진 단어를 읊조리는 영상을 따라 한 장, 한 장, 같이 책을 넘기노라면, 내레이션 음성과 얇게 바스락 거리는 요리지 소리, 냅킨의 촉감 그리고 냅킨 장장마다 새겨진 단어의 의미들이 공감각적으로 공존한다. 나부끼는 단어들은 이내 ‘예술과 기어’라는 한 편의 시(詩)를 이뤄내고, 그 자리에 선 관람객들은 작가의 의도를 따라 시의 의미를 함께 되뇌며 진정한 예술을 갈구하게 된다. 시인 구상(具常)의 ‘시와 기어’에서 단어를 바꿔 ‘예술과 기어’로 확장해 예술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선보인 작가 조소희는, 붉게 물든 자신의 손을 모아 찍은 를 방안의 한편에 위치시켜 그 절실함을 강조한다.
● 문선아 기자 ● 사진 서지연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프치기-진행형 프로젝트' 2013- 두루마리 휴지 가변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