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02, Mar 2015
팀랩
team Lab
테크놀로지와 마주한 신화 그리고 키치
지난해 모리 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의 국제주의’에 관한 컨퍼런스에서, 학자 미치오 하야시는 ‘일본스러움(Japaneseness)’에 대한 서구의 통상적 관념은 1980년대에 ‘키치 하이브리드(Kitsch Hybridity),’ ‘원시적 자연(Primordial Nature),’ 그리고 ‘기술적 전문성(Technological Sophistication)’ 등 세 가지 부분이 결합돼 생겨났다고 주장했다.1)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오늘날 동아시아의 ‘대중적’ 현대미술은 이 키워드들이 만들어 낸 삼각형의 영역에 속해 있는데,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작가들을 주축으로 한 기획전들 또한 미래 테크놀로지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의 개념을 보여주며 이 삼각형의 공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술적 성숙도로 동서양을 종횡무진 하는 그룹 팀랩(teamLab)은 이러한 아시아 현대미술의 특성을 총체적으로 집약한다. 팀랩이 지난해 첼시 friedman Benda 갤러리의 'Duality of Existence'에 선보인 작품 'Crows are chased and the chasing crows are destined to be chased as well, Division in Perspective-Light in Dark'(2014)만으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곱 개의 프로젝터와 일곱 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이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품은 까마귀 떼들의 다이내믹한 움직임과 함께 불행의 흔적, 그것으로부터 피어나 터지는 꽃의 형상을 담았는데, 그것은 이야기 없이 화려하며, 감정적이거나 정신적인 자극 없이도 불꽃 튀는 시각적 효과를 완성해 냈다. 이렇듯 키치적이면서도 마치 대서사적인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팀랩의 작품은 근래 가장 독보적 현대미술로 꼽히고 있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teamLab 제공
'Crows are chased and the chasing crows are destined to be chased as well, Division in Perspective-Light in Dark' 2014 Digital installation 4' 20" Sound:Takahashi Hidea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