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25, Feb 2017
라그나 캬르탄손
Ragnar Kjartansson
슬픔을 노래하라, 다시 또다시
라그나 캬르탄손(Ragnar Kjartansson)의 트레이드 마크는 실크 타이와 쓰리피스의 정장, 붉은 턱수염이다. 스스로를 ‘로코코 맨(Rococo Man)’이라고 칭하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은 무려 모차르트(Mozart)와 와토(Watteau)라나. 신사의 고집을 표현하려는 듯 옷매무새 하나에도 흐트러짐 없는 캐릭터를 구사하지만, 그의 퍼포먼스는 격식을 차리는 법이 없다. 나체로 욕조에 들어가 기타를 치기도 하고, 자신에게 침을 뱉는 어머니와 나란히 서서 영상으로 담기도한다. 또 기타 치는 퍼포머들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 온종일 늘어지게 노래하고 연주하도록 한다. 겉모습만 봐서 유쾌할 것 같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슬픔’이다. 그런데 그 슬픔은 처절하거나 애달프지 않다. 그가 이야기하는 슬픔은 감미롭고 매혹적이다. 때로는 통렬하기까지 한 그 감정을 그는 지루하리만치 반복되는 행위로 풀어낸다. 이 행위는 영상, 회화, 드로잉 등 장르를 종횡무진 하지만 그는 감독, 배우, 기획자를 합친 ‘올인원(all in one)’으로서 모든 것을 흡수하는 ‘상황’ 자체를 연출한다. 그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celebrated) 퍼포먼스 아티스트’라고 평한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문구에 낙서해 ‘세계에서 가장 순결한(celibate) 퍼포먼스 아티스트’라고 고치고 싶다며 웃는 캬르탄손. 그는 주변의 모든 요소를 녹여내고 극적 요소를 활용하는 명백한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 한소영 수습기자 ● 사진 루어링 어거스틴(Luhring Augustine) 제공
'The End - Venice' november 2009 Performance installation. Six month performance during the 2009 Venice Biennale during which 144 paintings were made Commissioned by the Center for Icelandic Art.Photo Rafael Pinho ⓒ Ragnar Kjartansson; Courtesy of the artist, Luhring Augustine, New York, and i8 Gallery, Reykjav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