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77, Feb 2013
허진
Hur Jin
일탈, 미학을 완결 짓다
‘죽음은 미학의 종결’이란 주장이 있다. 여러 논란을 잠재우고 영원으로 남는 죽음이야말로 궁극의 아름다움이란 견해일테다. 그러나 생(生)이 끝난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일까? 살아있기에 추하고 아름다우며, 안타깝고 애잔한 것 아니겠나. 여기 살아있는 것에 집중하며 옮고 그름, 평이한 것과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작가가 있다. 1980년대 후반 세상에 존재하는 이런저런 모순적 구조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파헤치는 현실비판 작업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허진은 지난 20여 년 동안 줄곧 인간과 자연의 문제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작품에 집중해 왔다. 복제생명이랄지 인간복제 등 과학화와 문명화 등 현대사회의 과도한 발명에 질문을 던지고 내밀한 숙고를 이끄는 [유목인간/동물] 연작과 [익명인간],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생태순환] 시리즈 등은 인간실존에 대한 반성적 탐구와 환경과 생태 등에 대한 허진 특유의 날선 비판과 나름의 철학을 담아낸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유목동물+인간-문명2012-4'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112×145cm×5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