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62, Mar 2020
기후, 환경 그리고 미술
CLIMATE ENVIRONMENT AND ART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렬하고 범인류적 메시지를 전달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작품상 시상자로 봉준호 감독에게 트로피를 전달한 여든 세 살의 배우이자 사회운동가 제인 폰다(Lady Jayne Seymour Fonda)다. 반짝이는 붉은 구슬이 박힌 드레스는 그가 2014년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 참석할 때 입었던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워싱턴 D.C. 의회 앞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 대처를 촉구하는 집회를 비롯해 환경 관련 집회에 열렬히 참여하는 그는 패션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원인임을 시사하며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카데미상에 온 관심이 쏠려 있을 즈음 해외통신엔 진흙으로 얼룩진 어린 펭귄 사진이 떠돌았다. 20도에 달하는 이상기후로 남극의 빙하가 녹자 펭귄들 몸에 진흙이 묻었는데 아직 다 자라지 않아 보호막이 덜 형성된 펭귄에겐 물기가 마르면서 점점 딱딱하게 조이는 흙이 치명적이란 보도였다. 자신들에게 닥친 변화를 영문도 모른 채 고스란히 당하는 펭귄들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몸에 진흙이 엉킨 펭귄과 다름없는 처지에 놓였다. 백신 없는 바이러스로 뒤덮인 나라는 서로를 경계하고 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미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피는 이 기획은 진작 준비됐는데,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예술적 관점에서 확인하자는 취지였다. 보다 극적으로 비상 상황이 된 지금, 미술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지하고 어떤 변화를 취하고 있는지 고민해 본다.
● 기획 편집부 ● 진행 김미혜 수습기자
올라퍼 엘리아슨과 미니크 로싱(Olafur Eliasson and Minik Rosing) 'Ice Watch' Supported by Bloomberg Installation: Bankside, outside Tate Modern, 2018 © 2018 Olafur Elia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