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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시츄킨(Sergueï Ivanovitch Chtchoukine)은 1854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사업가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공부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독일계 기숙학교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건강 문제로 19세까지 집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제학을 공부한 후 빠르게 섬유 사업가로 자리 잡는다. 당시 러시아 사업가들은 대체로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시츄킨 가족은 모든 형제가 아트 컬렉터로 왕성하게 활동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890년대부터 시츄킨은 컬렉터로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는 학창 시절에도 유럽을 여행했고, 섬유 수입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의 많은 도시를 왕래했다.
그중에서도 그가 유난히 좋아한 도시는 바로 파리였다. 파리에서 만난 아트 딜러를 통해 모네의 작품을 구매한 후 세잔, 고갱, 반 고흐(Vincent van Gogh) 등의 작업도 접할 수 있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시츄킨은 1906년 마티스의 아틀리에를 방문하게 된다. <탁자에 놓인 그릇(Vaisselle à table)>을 시작으로 총 36점의 마티스 회화를 소장하면서, 그는 마티스의 큰 조력자이자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들은 가족끼리 여행을 함께 하기도 하고, 시츄킨은 저택에 오로지 마티스의 그림만을 걸어놓은 살롱을 마련할 정도로 ‘마티스 마니아’였다. 1909년 시츄킨의 의뢰로 완성된 <춤(La danse)>와 <음악(La musique)>은 이 둘의 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실제 작품을 선보이기엔 두 작품 모두 손상으로 인해 운반이 불가능했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영상 작업으로 채웠다.
Vue installation salle 2 ⓒ S. Boddeke & Peter Greenaway
네덜란드 출신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사스키아 보데크(Saskia Boddeke)와 피터 그린웨이(Peter Green away)가 이번 전시를 위해 공동 연출한 <Chtchoukine, Matisse, La danse et la Musique>이 바로 그것. 두 개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영상을 5개의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시적인 비디오 설치 작업에 대해 보데크와 그린웨이는 “이 작업은 <춤>과 <음악> 두 작업, 화가 마티스와 러시아인이면서 예지적인 프랑스 근대 미술 컬렉터였던 시츄킨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안무가 후안호 아르뀌스(Juanjo Arques)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The Dutch National Ballet), 이탈리아 작곡가 루카 디 알베르토(Luca D’Alberto)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 영상작업을 위해 협업했다.
전시는 총 14개 관으로 구성됐다. 지하 1층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4개 층의 공간 대부분에 걸쳐 구성된다. 처음 들어가는 전시장은 자화상들로 꾸며졌다.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작품은 노르웨이 출신 얀 크롱(Xan Krohn)이 그린 시츄킨의 초상이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했던 성품을 추측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외에도 피카소의 초기 초상 작업과 고갱, 고흐, 세잔의 자화상도 볼 수 있다. ‘첫 컬렉션 모음’을 주제로 한 전시장에서는 세잔, 모네를 중심으로 한 인상파의 그림들, 야수파, 입체파 등 일련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모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Le dejeuner sur l’herbe)>(1866)의 앞에선 특히나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머무르며 관심을 보였다. 한 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꾸린 전시장도 있다. 고갱이 타히티 체류 기간에 완성한 타히티 여성 그림 컬렉션을 볼 수 있는 방을 지나면, 마티스의 그림으로만 구성된 ‘핑크 룸’에 이르게 된다. 마티스의 그림 20여 점이 걸려있었던 시츄킨 저택의 <Salon rose>에서 이름을 딴 공간으로 마치 그의 집에 초대된 것과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Paul Cézanne <Mardi gras(Pierrot et Arlequin)>
1888-1890 Huile sur toile 102×81cm
Musée d'état des Beaux-Arts Pouchkine, Moscou
Photo ⓒ Moscou, Musée d'état des Beaux-Arts Pouchkine
한편 시츄킨이 서유럽 작가들의 작품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모국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작가들 특히 구축주의 작가들의 작품 역시 눈여겨봤다. 이번 전시에는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 리우보브 포포바(Lioubov Popova), 블라드미르 타틀린(Vladimir Tatline), 이반 클리운(Ivan Klioune),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등 그와 같은 시대를 함께 한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워낙 방대한 공간에 많은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도 종종 있다. 예컨대 말레비치의 작품 <네 개의 사각형(Quatre carrées)>은 전시장 위쪽 모서리에 작품을 걸어 집중하지 않는다면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동안 시츄킨의 컬렉션은 대부분 그의 저택인 트루베스코이 저택(Palais Troubetskoï)에 전시되어 있었다. 예술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할 때부터 미술관을 만들고 싶어 했던 이 컬렉터는 1908년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꿈을 실현해냈다. 그의 저택을 일요일 아침마다 일반에 공개하고, 후에는 일주일에 3일씩 공개한 것. 사실 작품 수집 초반, 러시아 부르주아 컬렉터들 사이에선 시츄킨의 안목을 무시하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일례로 그가 피카소의 그림을 구매했을 때 다른 러시아 부르주아들은 피카소의 작업을 무시하고 폄하했다. 하지만 시츄킨은 달랐다. 그는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선 마티스처럼 미술사에 남을 위대한 예술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시츄킨이 제1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아트컬렉터로서 활동을 멈추고,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이유로 독일과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La salle Matisse (Le salon rose) au Palais Troubetskoï' début 1920
ⓒ Moscou, Musée d'état des Beaux-Arts Pouchkine
Photo ⓒ Musée d'Art Moderne Occidental, Moscou
이듬해에 모스크바 저택에 있던 시츄킨의 컬렉션, 정확히 274개의 작품은 국가소유로 귀속돼 정부가 관리하게 되고 1919년에는 현재 모스크바에 있는 주립현대서양미술관(The state museum of modern western art)이 만들어 지면서 그곳에 머무르던 시츄킨의 컬렉션은 1940년 중반에 다른 러시아 도시의 박물관으로 흩어지게 된다. 비록 그의 이름으로 된 미술관이 만들어지고, 작품들이 그곳에 온전히 모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가치까지 빛이 바랜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그의 단독 소장품을 선보이는 루이비통 재단에는 수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다. 개관일부터 전시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도 입구부터 연일 만원이다. 누적 관람객만 벌써 60만 명(2017년 1월 첫째 주 기준)에 이른다. 전시장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은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이 의미 있는 전시를 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기다림과 줄은 참을만 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전쟁과 혁명으로 반세기 동안 흩어져있던 거장들의 작품을 드디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근대미술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작가들은 시츄킨의 선구적인 안목을 증명해준 셈이다.
Christian Cornelius (Xan) Krohn <Portrait de Sergueï Chtchoukine>
1915 Huile sur toile 97,5×84cm Musée d'état de l'Ermitage,
Saint-Petersbourg ⓒ ADAGP, Paris 2016
Photo ⓒ Saint-Petersbourg, Musée d'état de l'Ermitage 2016
글쓴이 임정현은 서울예술대학교 사진학과와 프랑스 파리 8대학(Universite Paris Ⅷ 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며, ‘도시, 지형학 그리고 유토피아’를 주제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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