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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4, Mar 2016

이혜민_탈바꿈

2016.2.18 – 2016.3.19 갤러리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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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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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끝나지 않은 변신



이혜민의 작업에는 부드러움과 강함, 무름과 단단함이 공존한다. 오래되거나 버려진 자투리 천으로 작은 베개를 만들어 수십 수백 개의 그것을 한데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그는 불완전하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있는 것들에 나름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른 존재로 만들어낸다. 이혜민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베개 작업의 소재를 바꿔버렸다. 작품 소재는 주제만큼이나 중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혹은 무엇으로 표현하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새로 선택한 소재는 청동이다. 그간 주로 사용해온 부드러운 재료와는 대척점에 있지만, 조소를 전공한 작가에게 낯선 물성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혜민은 무엇으로 바꿈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바꾸는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변화의 과정 자체를 공개하고 있다. 


<White Dream> <Wave>라고 제목이 붙은 평면작업들은 작가가 팔을 다쳤을  사용했던 석고 붕대에서 영감을 받아, 붕대를 해체해 켜켜이 쌓은 레이스처럼 만들었다. 사용된 후에는 버려지는 붕대를 재생시킨 작업은 쓸모없는 천을 이용해 베개를 만들던 것과 일맥상통한 선택이다. 한동안 작업을   없는 상황에 놓였을  느꼈을 불안, 안타까움 같은 감정들은 순백의 평면으로 전환되었고,  작업을 통해 작가 스스로는 정신적 위안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개인적 체험들을 바탕으로 이혜민은 감정적으로나 의식적으로 변화를 경험했고, 이는 기존의 천베개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섬유로 강화한 플라스틱계 복합자료인 FRP 사용한 작업은 변모의 중간 단계쯤으로   있을 것이다.





<White Dream> 2015 깁스붕대 150×150cm

 




하지만 그가 결국 중심에 놓은 신작의 제목은 전시의 제목과 동일한 <Metamorposis>, 작품은 청동으로 주물한 베개를 여러 가지 높낮이로 쌓아올린 형태를 하고 있다. 청동 베개는 마치  안에 솜이 들어있을 것처럼 모양은 그가 그동안 만들어온 것들과 다르지 않지만 결코 푹신하지 않다. 상충될  같은 가지 성질을  작품 안에 담은 것이다. 이번 신작에 이르기까지 이혜민은 이런저런 시도를 거치면서 분명 내면의 변화를 감지해왔을 것이고, 그것이 구체적인 작품으로 표현된 셈이다. 다만 작가는 작품 자체의 스케일을 확대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선택함으로써 극단적으로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내부에서 시작된 온건한 변화를 차분히 선보이는 쪽을 택했다. 


매일의 타성에 젖어 살아가던 어느  아침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는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카프카(Franz Kafka) 소설 『변신』의 영문제목역시 The Metamorphosis』다. 드물게 The Transformation』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본질적인 의미의 변이를 지칭하는 메타모포시스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인간에서 바퀴벌레가 되는 것처럼 극단적인 탈바꿈은 아니지만, 이혜민 또한  단어를 통해 달라진 작업 세계에 대한 의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가 엮어낸 베개들에 매일의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쌓아 올린 청동 베개 조각은 형태면에서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드는 돌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염원할  돌탑을 쌓고,  앞에서  손을 모아 자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하나의 베개 위에 다른 하나를 더하며, 이혜민도 무심결에 소원 같은 것을 빌지는 않았을까. 만일 그러했다면, 작가로서 새로 다진 각오나 달라진 속마음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전달되기를 소망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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