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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4, Mar 2016

사물이 말을 걸어오다, 오브제의 향연 속으로

France

De toi à la Surface
2016.1.21-2016.4.10 파리, 프랑스 현대미술지방재단 프락 일드프랑스

모두가 잠든 사이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사물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 움직인다면 과연 어떠할까?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목격한 적이 있다. 바로 영화 속에서 말이다. 비록 스크린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세상 속에서는 어린아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장난감들과 인형들이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가 하면, 말을 하고, 슬픔을 못 이겨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영화 '토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1995년 픽사와 월트 디즈니가 공동으로 제작한 '토이 스토리'는 100% 컴퓨터 그래픽 기술만을 사용해 만든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디지털 영화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은 무생물체인 장난감과 인형들에게 인간이 가진 생명과 인격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 조그만 장난감들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수많은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놀라운 대목은 단지 기술의 눈부신 성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인생에 그토록 열광했던 또 다른 이유는 사물과의 신선한 교감 덕분이었으리라.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인류의 탄생을 조물주와 아담의 손가락이 맞닿는 찰나의 순간으로 담아냈고,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은 인간 엘리엇과 외계생명체 E.T.의 손가락 인사를 통해 인간과 대우주의 만남을 시도했다. 이제는 우리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들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어 볼 차례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Installation view of 'legende generique: De toi à la surface' Commissariat Francois Aubart Le Plateau Frac île-de-France Credit: Martin Argyrog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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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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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무심코 놓인 사과 하나, 발에서 벗겨진 채로 바닥에 놓인 구두 켤레, 찬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접시들. 무의미하게 존재하는 듯해 보이는 사물은 미동조차 없으며, 어떤 생각도 감정도 분출하지 않은 정해진 자리에, 시간 동안 머물러 있다.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없는 무미건조한 사물들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가장 오래된 창작의 모티브로 존재해왔다. 변덕스러운 자연과 속을 없는 사람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보다 예술가들은 침묵하는 사물들 앞에서 비로소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사물에 생명의 온기와 특별한 의미를 불어넣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을까? 이유야 어찌 됐든 사물의 부재한 생명력 예술가들에게 어떤 특별한 영감을 것은 분명하다. 젊고 건강하며 생기가 넘치는 것들을 미의 절대적 원천이라 여기던 시대에도 화가들이 정물화를 즐겨 그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예술가에게 포착된 사물들은 살아있는 어떤 존재보다 강력한 생명력을 지닌 불사의 존재가 된다. 탁자 위에 소박하게 놓여있던 세잔(Paul Cezanne) 사과가, 고흐(Vincent van Gogh) 유독 자주 응시했던 묻은 신발이 더는 평범한 사과와 신발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정물화에 등장했던 사물들은 20세기 가장 전위적인 예술가, 뒤샹(Marcel Duchamp) 만나, 캔버스 속에서 뛰쳐나오기에 이른다





Installation view of <legende generique: De toi à la surface> 

Commissariat Francois Aubart Le Plateau 

Frac île-de-France Credit: Martin Argyroglo






1917 철물점에서 구매한 남자 소변기를 전시한 뒤샹의  <(Fountain)> 시작으로, 사물들은 이제 본연의 모습 그대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사물, 오브제를 특정된 공간에 배치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치미술이 현대미술의 주요한 장르로 떠오른 지금, 무생물체로만 간주했던 사물들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 현대미술지방재단 프락 일드프랑스(Frac île-de-France le plateau paris)에서 진행 중인 <당신에게서, 표면까지>전은 우리가 어디에서나 있는 익숙한 사물들이 얼마나 많은 의미와 표현을 담아내고 전달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설치는 물론, 비디오, 사진, 조각, 그래픽 디자인 다양한 매체 속에 모습을 드러낸 사물들은 외관과 기능에 가려 말할 없었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1명의 현대 작가들이 공동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물이 가진 의미의 재생산과 확대에 있다고 있다.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빚어진 오브제들은 줄의 시이며, 편의 영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Installation view of <legende generique: De toi à la surface> 

Commissariat Francois Aubart Le Plateau 

Frac île-de-France Credit: Martin Argyroglo





강렬한 코발트블루 빛을 내뿜는 사무용 의자와 탁자, 침대가 줄지어 놓여있다. 파스칼 플라비앙(Jean-Pascal Flavien) 시퀀스(Sequence) 시리즈는 가구들의 배치형태를 통해 리듬성과 시간성을 효과적으로 표출한 작품이다. 같은 색상, 변이 같은 길이로 이루어진 가구들은 마치 세트인양 통일감을 주는 동시에, 각기 조금씩 다른 형태와 입체감,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배치형태를 통해 고유한 템포를 생성해낸다. 교대로 놓인 의자와 탁자가 만들어낸 2박자, 의자에서 사다리로 갑자기 높이 솟아오르는 박자의 변주까지, 가구들이 연주하는 각각의 시퀀스는 보기만 해도 흥겹다. 뒤이어 전시장 곳곳에 드문드문 붙어있는 우산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미니멀리즘적 성향이 강한 설치작업을 주로 해온 라르손(Karl Larsson)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한 우산 포스터와 청동으로 빗자루를 전시장에 진열한다. 오브제들은 관람객에게 사물로서의 그들의 기능을 알아내고 숙지해야 하는 이성적 인식을 요구하는 대신 시적 은유와 상징을 통해 새로운 감각적 현상을 경험하게 한다. 전시장에 우두커니 있는 빗자루는 더는 바닥을 쓸기 위한 도구가 아니오,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다. 길게 뻗은 자신의 청동 다리를 중심으로 공간을 사방으로 분할시키는 빗자루는 < 방의 위험한 아름다움(The Dan gerous Beauty of an Empty Room)>(2010)이란 작품 제목처럼, 모든 관람객의 시선을 훔치려는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과 닮아있다







Installation view of <legende generique: De toi à la surface> 

Commissariat Francois Aubart Le Plateau

 Frac île-de-France Credit: Martin Argyroglo





라르손의 <우산(Umbrella)>(2012) 역시 여느 우산처럼 우리를 비와 눈으로부터 막아주지 못하지만 대가로 아름다운 운율을 만들어낸다. 등차수열처럼 벽마다 장씩 늘어나는 우산 포스터는 음절이 모여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 다른 의미의 문장을 생성하는 언어적 유희를 시각화한다. 이처럼 설치형태를 통해 오브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어떤 작가들은 오브제 자체를 의인화하여 사물이 내재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도출해내기도 한다.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소재들을 특수한 예술적 이벤트로 사건화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 사진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에 사물이 가지는 가치를 포착해낸다. 고전적인 초상화의 엄격한 구도로 연출된 필기구, 인형, 연장들의 사진은 제품광고 이미지와 흡사하다. 과거 전지전능한 신에 이어 왕과 귀족과 같이 소수의 선택 받은 자들만이 자리할 있었던 그곳은 이제 사물들로 메워졌다. 어두컴컴한 배경 아래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는 오브제들의 모습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 소비자본주의 시대의 초상이다. 볼탄스키의 오브제가 자본주의사회의 차가운 단면을 상징했다면






Installation view of <legende generique: De toi à la surface> 

Commissariat Francois Aubart Le Plateau

 Frac île-de-France Credit: Martin Argyroglo







작가 시몬 드브뢰 묄러(Simon Dybbroe Møller) 나아가 사물의 사회적 의미를 감각적, 미적 형태로 차연(Difference)시키는 작업을 시도한다. 6 길이로 제작된 비디오<애니메이트 5(Animate V)>(2012)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Renault) 실패작으로 꼽히는 미니밴 아반타임(Avantime) 주인공이다. 자동차의 매끄러운 표면과 색감, 아름다운 곡선의 디자인, 편안한 승차감은 와인, 가지, 하이힐, 퐁피두센터와 같은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감각이 전이된다. 실제 자동차 광고처럼 화려한 시각적 효과가 돋보이는 비디오는 저조한 판매량과 함께 출시된 2 만에 단종된 비극의 자동차를 관람객의 오감을 깨우는 감각적 대상으로 재탄생시킨다. 살아있는 사물이라는 유희적 상상력에서 펼쳐진 오브제들의 변신, 이것은 신기루와 같은 환영이 아니다.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사물 속의 숨겨진 잠재력이며 무언의 메시지다. 사물에 말을 걸어보라. 그들이 해줄 이야기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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