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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5, Apr 2016

정희민: 어제의 파랑

2016.3.2 – 2016.3.31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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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하이트문화재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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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알파채널



블루 스크린 또는 그린 스크린 오늘날 어도비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조작 어플리케이션에서 투명도를 조절하는 화면, 또는 이를 이용해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을 칭하는데, 이미지의 RGB값을 조정하여 영상을 합성하는 방식인 크로마 (chroma key)’보다  흔히 쓰이는 용어다. 물론 컴퓨터가 치명적인손상을 입었을  암전 직전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블루 스크린도 있지만, 정희민의 어제의 파랑 포토샵에서 알파 채널이라고도 불리는 투명도를 조절하는화면을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전시장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풍경 이미지를 가로지르는 두툼한 파란 선만 해도 포토샵의 지우개 툴이 지나간 자리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0   포토샵을 비롯한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한동안 이들 프로그램은 그래픽 디자이너  소수의 전유물이었고, 이들의인터페이스도 쉽게 학습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소위 포스트 인터넷 세대에게 이미지 합성 툴은 학습을 넘어서 체화의 경지에 이를 만큼  익숙하고 만연해 있는 도구다. 이들에게 익숙한 이미지 환경이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디지털 이미지 세상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사이버상으로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잠시도 외면할  없을 만큼 일상에 편재해 있다. 또한 이들에게 개인의 기억과 경험은 추상적으로 내면화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이미지로 편집, 가공되곤 하는데, 어떤 때는 간단한 짤방으로 함축, 요약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한도전에서 자막으로 사건의 희화화를 배가시키는 것처럼 이미지가 과잉, 과장되기도 한다. 상당수의 포스트 인터넷 세대는 GIF 짤방이나 자막, 화면의 특수효과, 이미지 시퀀싱을 곧바로 연상할  있으며, 아예 개인의기억이나 경험 자체가 그런 식으로 맞춰져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이미지들은 19세기에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사진이 회화의 구도나 프레이밍,   나아가서는 인간의 ·지각에 끼친 영향과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인간의 감각과 의식, 경험과 기억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작가가 이러한 이미지 경험을 작업의 직접적인 소재로 선택하고 있다. 정희민 역시 디지털 환경에서 접하는 이미지와 일상의 이미지들을 넓게 아우르며  자체를 풍경으로 바라본다. 또한, 기억, 욕망, 물신숭배 이런 것들은 모두이미지와 불가분의 관계이며 전략적으로 선택, 편집, 조작됨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가 디지털 출력물 형태로 제시한 풍경은 온전한 풍경화로 바라보기에는 그래픽 툴에서 크롭한 이미지를 덧댄  파편적인 이미지들이 중첩되어 있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파란 선과 픽셀이 확대된  생뚱맞게 기대어 있는 굴림체의단어 '즐거움' 방해를 한다. 까이   파란 () 뒤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포토샵의 알파 채널을 현실 공간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Frameshot 1>(2016) 경우에도 현실 공간상에 그래픽 툴의 레이어를 연출했다. 파란 조명으로 가득  있는  공간은 눈으로 실견했을 때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되새김질할  더욱 드라마틱하다. 디지털 이미지에서 추출해 3차원 공간상에 연출한 요소들이 두께란 존재하지 않는 본래의 디지털 세계, 모니터 속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3차원적 공간 연출 외에 정희민이 캔버스 위에서 디지털 이미지의 중첩된 레이어를 재현한 방식은 간단하다. 서로 섞이지 않는 유화와 아크릴물감을 사용하고,  일부는 마스킹과 스프레이를 이용해 표현했다. 그리고 이들 이미지의 기원이 포토샵과 같은 툴에서  것처럼 중첩된 이미지의 가장자리에서 크롭, 브러시, 마스크,   그래픽 툴을 암시했다.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래픽 툴의 여러 기능은 회화  회화적 제스처를 모방하면서 개발된 것들이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와 회화가 서로를 끊임없이 미러링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희민이 이미지의 다양한 조작과 네트워킹을 통해 이미지에 의존한기억의 연쇄 과정을 찾고자 하며, “이질적인 표현 방식과 이미지들을 충돌시키는 일은 오늘의 이미지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영으로, “일상을 파고든 이미지 이러한 이미지 경험을 논하는 일이 미술 자체를 논하는 일과 다름없다 말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런데 정희민의 회화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물질로서 회화에 대한 탐구이다. 


박진아는 회화가 이미지이면서도 물질이기도 한 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이미지로서 회화는 화면 위에 구조를 만들고 색채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담거나 사실을 기록”할 수 있는데, 그러면서 “실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에는 가장 많이 쓰이는 감각이 촉각”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화가들에게 회화의 이미지성과 물질성을 모두 강조하고 싶다. 사이버상에서 체화된 디지털 이미지를 투사하는 캔버스는 투명한레이어가 아니라 물질로서의 지지대다. 이 지지대가 화가들의 몸이 투사되어 이미지가 중첩, 충돌, 융합되는 최종적인 알파채널이기 때문이다.    

 


* <Yesterday’s Blues> 2016 혼합재료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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