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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8, Jul 2016

콘래드 쇼크로스
Conrad Shawcross

손끝으로 전환하는 예술 패러다임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낡은 과학적 주제를 철 조각 예술로 재탄생 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보는 이의 좌뇌를 자극한다. 과거 과학자들이 실현하지 못한 수많은 개념에 매력을 느낀다는 콘래드 쇼크로스는 그것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뜨거운 열정 덕분일까. 치밀한 계산에 의해 완성된 기념비적 규모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그는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그가 만드는 작품에서는 본질적인 것을 향한 고찰이 느껴진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의 경계를 오가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는 콘래드 쇼크로스를 만나본다.
● 조연미 기자 ● 사진 Conrad Shawcross Studio 제공

Exhibition view of 'Inverted Spired and Descendent Folds' at Victoria Miro, London 2015 Photograph by Robert Glowacki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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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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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 영국 런던 내에서도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 거대 규모의 기하학 설치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14m에 달하는 이 조각은 좁은 바닥면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갈수록 너비가 넓어져 가장 윗부분 너비는 5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작품은 바로 최근 영국이 주목하는 콘래드 쇼크로스가 세계적인 의료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Wellcome Trust)의 커미션을 받아 제작한 것. ‘패러다임(Paradigm)’으로 제목 붙여진 이 작품은 쇼크로스가 2006년부터 같은 제목과 주제로 진행해온 시리즈의 정점을 찍는 것으로 미술계에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웰컴트러스트가 그를 커미션 작가로 선정했을 때도 영국 언론은 그에게 ‘철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붙여가며 앞 다퉈 보도했다콘래드 쇼크로스는 어떤 인물인가?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그는 지난 2013년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왕립미술원(Royal Academy)의 가장 젊은 멤버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이다. 왕립미술원은 그 멤버의 수를 항상 80명 이하로 제약해 문턱이 매우 높고 조건 또한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인데 아직 마흔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작가가 쟁쟁한 이들을 제치고 멤버로 선정돼 모두를 놀래켰다. 게다가 유명 전기작가인 아버지와 문화 역사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국에서도 인정하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프로필은 그에 대한 동경을 더욱 부추겼다.




Installation view of <The ADA Project> at Palais de Tokyo, Paris 2013 Aluminium, steel, light, 

computer controlled mechanical system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옥스포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와 슬레이드 스쿨(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미술을 공부했지만 복잡한 기계에서부터 기하학적 모양의 구조물까지 쇼크로스가 만들어내는 작품을 보자면 그를 단지 ‘예술가’로 불러도 될지 고민된다. 오히려 과학자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마침 그는 인생의 멘토로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과 컴퓨터 엔지니어인 친구를 언급할 정도로 과학 탐구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는데다 대학시절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미술사나 예술가와 관련된 내용에 큰 흥미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대신 그는 종합대학에서 진행하는 다른 주제의 강연들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를 사로잡은 것이 바로 과학.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과학 관련 강연을 빼놓지 않고 들은 그는 그 내용을 자신의 예술작품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이론적으로 혹은 방법론적으로 실패한 과학적 주제들에 매력을 느껴 과학자들에 대한 오마주를 담는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작품들은 그를 현재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를 처음 주목받게 한 <The Nervous System>(2003)은 작가의 과학사랑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칭되는 베틀 모양의 구조에 모터를 달아 차축이 30도 정도 움직이게 만든 설치물로, 영국 산업혁명 시기에 일어난 러다이트(Luddite) 운동에 영감 받은 작품이다. 곧 무너질 듯한 거대한 몸집에 갑갑하리만치 느린 속도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하다. 모두 작고 빠른 최신 기술을 좇는 요즘, 그 정반대의 작품은 ‘시대착오’란 단어마저 떠오르게 한다. 작품엔 “시간의 모양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 설명이 뒷받침됐다. 




Installation view of <Timepiece> at The Roundhouse, London 2013 Aluminium, steel, 

mechanical system, light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그가 해온 수많은 작업 중 특히 앞서 말한 ‘패러다임’ 시리즈는 과학을 향한 그의 예술적 접근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패러다임’은 쇼크로스가 대학시절부터 깊이 있게 탐구해 온 주제로, 그의 예술철학을 뒷받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국의 과학자이자 철학자 토마스 쿤(Thomas Kuhn)의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인데, 세상의 모든 것은 상승곡선을 그리며 발전을 거듭하다 정점을 찍는 순간 무너지고 부식해 결국 종말에 이른다는 이론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끊임없이 낡은 패러다임을 대체해야 과학의 진보, 나아가 인류의 진화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개념에서 쇼크로스는 인생의 철학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인의 스타일로 작품에 옮긴 것이다. 


가 대학시절부터 해온 ‘패러다임’시리즈는 패러다임의 개념이 말하듯 발전을 거듭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꾸준히 바꿔왔다. 초기작 <Paradigm(Ode to the Difference Engine)>(2006)은 실타래를 감고 풀어내는 과정을 느린 속도로 반복하는 두 개의 기계이다. 19세기 발명가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가 끝내 실현하지 못한 ‘계산하는 기계’를 참고해 탄생한 작품으로 예술적 가치보다는 패러다임의 기본 개념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이후 <Paradigm Slender> (2015), <Paradigm Chamfer>(2015), <Paradigm Exploded> (2015) 등을 통해 시리즈는 개념의 상징성을 탄탄히 하며 예술작품으로서의 형태를 갖추어갔고 지난 2월 세워진 조형물은 풍화된 사면체들이 나선형을 이루며 높이 솟는 형상을 통해 패러다임의 원초적이면서도 불안정한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그의 잘 여문 예술성과 예술철학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Installation view of <The Dappled Light of the Sun> at The Royal Academy, London 2015 

Weathered steel Dimensions variable   Photograph by Marc Wilmo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2015년 왕립미술원의 코트야드에서 선보인 <The Dappled Light of the Sun>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높이 10m, 너비 5m, 무게 40톤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물은 그 규모만으로도 입장하는 관람객들을 압도해버렸다. 작품은 6m 높이의 삼각대 위에 8,000여 개의 기하학적 사면체를 연결해 만든 지붕 모양의 조형물을 얹은 형태였는데 ‘태양의 얼룩덜룩한 빛’이란 뜻의 제목이 말하듯 바닥에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듯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쇼크로스는 이 작품을 통해 철이라는 재료와 기계적인 조형이 가공되었을 때 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다. 재미있는 점은 ‘패러다임’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사면체’의 형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에 사면체를 단골로 등장시키는 이유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사면체를 모든 문제의 근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면체를 벽돌에 비유해 그것들로 작품을 ‘지어나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Three Perpetual Chords> 2015 Cast iron Dimensions variable Curated and managed 

by the Contemporary Art Society for Southwark Council Photograph by Philip Vil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많은 사람들이 쇼크로스의 기계적인 작품이 주는 특이함에 흥미를 갖는다. 예술작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미지에 그를 괴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작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리고 예술을 향한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과학적 완벽함을 이용해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고민하는 그는 이성적 철학자 혹은 과학자임과 동시에 자부하는 ‘예술가’이다. 다른 어떤 타이틀보다 ‘예술가’라 불리고 싶다는 그가 어떤 예술 패러다임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콘래드 쇼크로스



콘래드 쇼크로스는 1977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옥스포드대학교 러스킨스쿨(Ruskin School of Drawing and Fine Art, University of Oxford)와 슬레이드 스쿨(Slade School of Fine Art, University College London)를 졸업했다. 2001년 브리티시 아트스쿨 졸업전시를 통해 데뷔한 후 영국, 스페인, 독일, 중국 등지에서 그룹전을,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Victoria Miro Gallery) 등에서 여러 개인전을 선보인 그는 2014년 로얄아카데미 전시로 잭 골드힐 어워드(Jack Goldhill Award)를 수상했다.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해 기계적인 조형물을 만드는 그는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의 가장 젊은 멤버로 선정,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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